최근 자동차업체들이 미래차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가 전기·수소·자율차 등 미래차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내년도 자동차 예산 예산을 대폭 확대하며 적극 협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내 완성차·자동차부품업체들의 미래차 전환 속도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국회 의결 과정에서 자동차 분야 내년도 예산이 올해 3615억원보다 1094억원 증액된 4709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대비 30.2% 늘어난 수치다.
자동차 분야 예산은 ▲2019년 2053억원 ▲2020년 3167억원 ▲2021년 3615억원 ▲내년 4709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세부 예산을 들여다보면 미래차 기술 연구·개발(R&D)에 전체 예산의 대부분인 4157억원이 편성됐으며, 특히 신규 사업예산으로 1677억원이 배정됐다.
산업부는 이를 통해 내연기관 부품업체의 미래차 분야 전환 지원과 전기·수소차 대중화, 하이브리드차 수출 전략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신기술 및 자율주행 등 미래차 산업 육성과 기술개발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는 2027년 완전 자율주행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에 362억원(작년보다 162억원 증액), 미래차 디지털 융합 산업 실증 플랫폼 구축에 96억원(91억원 증액), 자율셔틀 인포테인먼트 기술 개발 및 서비스 실증에 78억원(38억원 증액)을 각각 편성하고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본격 추진한다.
부품기업에 대한 이차보전사업을 신설하고, 미래차 전환 설비투자 및 인수합병(M&A) 자금 대출 시 금리의 2%를 보전해준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에 총 1700억원을 융자금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내 완성차·자동차부품업체들의 미래차 전환 속도가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가 발표한 '자동차업계 경영 및 미래차전환 실태조사 결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결과 응답 업체의 56.3%는 아직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차 분야에 진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태조사는 지난 9∼10월 조사전문업체 메기알엔씨를 통해 완성차·자동차부품업체 300개사, 자동차업계 종사자 405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등으로 실시됐다.
또 미래차 분야에 진출은 했지만 수익을 실현하지 못한 기업 비율이 23.7%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까지 미래차 분야에 진출하지 못한 기업들이 80% 가량 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차 분야 진출업체(131개) 중 제품 양산까지 5년 이상 소요된 기업의 비율은 35.5%였다. 이를 통해 지금의 내연 기관차에서 미래차로 전환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됨을 예상할 수 있다.
미래차 관련 부품 1종을 양산하는 데 든 비용은 평균 13억1400만원으로 조사됐다.
미래차 연구개발(R&D) 투자와 관련한 애로 요인을 묻는 말에는 가장 많은 47.3%가 '자금 부족'을 꼽았다. '전문인력 부족'(32.1%), '원천기술 부족'(13.0%) 등의 답변도 나왔다.
설비투자 관련 장애요인도 '자금 부족'이 77.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작년 응답 비율이 63.9%였던 것을 고려하면 자금 애로가 더 악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각종 규제'(9.9%), '미래 불확실성'(9.2%)을 꼽는 기업들도 있었다.
아직 미래차산업에 진입하지 못한 기업들의 진출 희망 분야는 '전기차 전용부품'(36.7%), '미래차용 공용부품'(30.2%) 순이었다. 기술난이도가 비교적 높은 '자율주행'(11.8%), '수소차 전용부품'(9.5%)을 선택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실장은 "부품생산업체들은 전동차 부품개발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지만 수익을 통한 투자액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안정적 수요와 수익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미래차 분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캐시카우를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정부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원대상을 선별하고, 내연기관차 산업생태계를 미래차로 연착륙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