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일상 속에서도 전화로 진료를 받고, 애플리케이션으로 약을 배달받을 수 있을까? IT기술과 헬스케어를 분야를 집중 육성 타깃으로 꼽은 새 정부가 업계와 소통에 나섰다.
18일 서울 테헤란로 닥터나우 본사에서 닥터나우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비대면 진료 혁신 스타트업 간담회’를 열고 비대면 의료 서비스의 제도화를 위한 방안을 의논했다. 간담회에는 △장예찬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청년소통TF 단장 △박수영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과장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및 임직원이 참석했다.
닥터나우는 환자와 의사를 전화로 연결해 비대면 진료를 진행하고, 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발급받아 약국으로 전송해 의약품 배달 서비스로 연결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닥터나우의 서비스는 지속될 수 없다. 의료법 및 약사법은 대면진료·대면조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인터넷 통신을 활용한 원격의료는 의료인 사이에서만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의약품 역시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 내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이 국내 확산한 이후 비대면 진료·조제가 일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전화상담‧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을 공고하고 한시적으로 비대면 처방·조제를 허용하고 있다.
현재 적지 않은 비대면 의료 서비스 스타트업이 등장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닥터나우와 엠디스퀘어를 공동대표로 17개 스타트업이 원격의료산업협의회를 출범하기도 했다. 한시적 공고가 종료되기 전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사업 지속을 위한 선결과제인 상황이다. 신사업을 대상으로 규제 적용을 면제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이 제도 내에 머무르면 사업 기간과 규모에 제한을 받게 된다.
장 대표는 “우리나라는 국민 1명이 연 평균 17회 병원에 방문할 정도로 병원을 많이 가는 경향이 있는데, 지역간 서비스의 불균형 때문에 대면진료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다”며 “비대면 서비스는 이른바 ‘1분 진료’를 받으려고 반차를 쓰는 직장인들, 거동 불편한 장애인과 노인,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방문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육아 부모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장 대표는 “닥터나우만 해도 70여명의 구성원이 함께 일을 하고 있으며, 제휴하고 있는 병원과 약국에서 나타나는 고용 창출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며 “쿠팡이 라이더 고용 시장을 열었던 것처럼, 비대면 진료 서비스도 환자들에게 약을 배송하는 전문 라이더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청년소통TF 단장은 “스타트업 현장을 방문하면서 청년 일자리가 1개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이 굉장히 험난하다는 사실을 체감했다”며 “비대면 진료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유니콘이 될 수 있는 스타트업이 많은데, 기존 규제를 잣대로 청년들에게 ‘짐 싸서 나가라’고 하는 상황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스타트업과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국정과제를 구상해 이전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인수위원은 “청년들이 좋은 회사를 만들어 놨는데, 도전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면서도 “규제를 단번에 전면적으로 없애면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에 차근차근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내고, 다양한 신사업이 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살라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최대한 빨리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