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농경지 대부분이 모내기를 끝낸 상태라, 가뭄 속에서 어렵게 모내기를 마치고 한숨을 돌리던 농민들은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다.
농민들은 이번 침수피해에 대해 수문 관리인의 부실한 관리와 해남군의 늑장 대응, 형식적이고 부실한 관리 시스템이 빚은 인재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남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해남군 화산면 관동 국가관리방조제에 설치된 배수갑문 2개소 중 1개소가 닫히지 않아 만조로 밀려든 바닷물이 농경지를 덮쳤다.
수문 관리인은 비 예보에 맞춰 4일 오후 8시경 저류지 물 방류를 위해 2시간가량 수문을 개방한 뒤 닫았다고 했지만, 배수갑문 2개소 중 1개소만 닫혀 피해가 발생한 상황이다.
닫히지 않은 배수갑문으로 바닷물 수위가 높아진 밤 11시경부터 해수가 유입돼 침수가 시작됐고, 마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한 5일 오전 2시까지 3시간여 동안 해수 유입과 침수는 확대됐다.
최고 만수위까지 30여분을 앞두고 발견돼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지만, 해수 유입 상황이 농가에 늑장 전파되면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신고가 접수되자 해남군은 배수갑문을 닫고 배수작업을 시작했지만, 오랜 가뭄으로 논에 물을 채우기 위해 24시간 돌아가는 양수기가 유입된 바닷물을 용수로로 퍼 올렸고, 농가에 상황이 전파된 오전 6시까지 4시간여 동안 직접 침수되지 않은 논까지 바닷물이 채워지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배수갑문과 시설 상황을 해남군청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CC카메라 7대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지만 사고가 즉시 확인되지 않은 점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군청 사무실에 모니터가 설치돼 있어 휴일이나 야간에 근무자가 없으면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취약 시간대인 휴일과 야간에 발생하는 긴급상황에 대해서는 무용지물인 시스템인 것이다.
해남군은 관리인의 과실인지, 시스템 오작동 때문인지 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내고, 피해 농가에 대한 보상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염도가 비교적 낮은 지역은 민물을 계속 흘려보내 이앙된 모를 살릴 수 있도록 하고, 모가 말라 죽는 곳은 다시 모내기를 할 수 있도록 벼 모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피해 농민들은 해수 유입 농지에 민물을 계속 흘려보내 염분을 제거해야 이앙된 모를 살리거나, 다시 모내기를 할 수 있지만, 가뭄으로 물이 없어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최악의 경우 올 벼농사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또 제대로 염분 제거가 되지 않으면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농사까지도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해남군이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보상 방안은 물론, 적극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해남군 화산면 관동리 997번지 일원에 1974년 설치된 관동 국가관리방조제는 총연장 766m에 배수갑문 2개소와 배수펌프장 1개소가 설치돼 있다.
8년 전에도 배수갑문 관리인이 수문을 닫지 않은 채 방치해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59농가 185필지 82.6㏊가 침수돼 2억여 원의 보상금이 지급된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벼 수확을 앞두고 침수가 발생해 피해 규모가 작았다.
해남=신영삼 기자 news03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