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힐 수 없던 윤두준의 순간들 [쿠키인터뷰]

굽힐 수 없던 윤두준의 순간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6-29 09:00:01
ENA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 스틸컷. KT스튜디오지니

큼큼. 목을 가다듬는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큰 눈을 반짝이며 헛기침을 하던 그는 밝은 얼굴로 명랑하게 말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봐요. 목소리가 자꾸 쉬네요.” 인터뷰가 이어질수록 그에겐 생기가 돌았다. 그룹 하이라이트 멤버이자 배우로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윤두준을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두준은 최근 종영한 ENA ‘구필수는 없다’에서 20대 청년 사업가 정석 역을 맡았다. 그가 제대하고 처음으로 출연한 드라마다. 배우로선 4년 만의 공백기를 마치고 선보인 신작이다. 그동안 리더로서 팀과 함께 인터뷰에 임했던 윤두준은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기자들과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내가 인터뷰를 해도 되나 싶었다”며 수줍어하던 그는 “이런 자리 아니면 직접적으로 내 얘기를 하기 어렵지 않나. 만족스럽다”며 미소 지었다. 장장 7개월을 함께한 ‘구필수는 없다’에 대한 각별한 마음도 털어놨다. 

“생각보다 촬영 기간이 길었어요. 그만큼 체력적으로 지칠 때도 있었죠. 하지만 많은 걸 배워서 끝내고 나니 어느 때보다 보람찼어요. 연기 외에 모든 활동에 있어 새로운 마음가짐을 얻었죠. 뭐든 할 수 있다는 용기도 얻었어요. 제가 연기를 다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컸거든요. 그런 만큼 혹독하게, 제 모든 걸 쥐어짜 내며 열심히 촬영에 임했어요.”

ENA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 스틸컷. KT스튜디오지니

많은 걸 배웠다는 윤두준의 말은 상투적인 표현이 아니다. 호흡을 맞춘 곽도원의 완벽주의에 그도 녹아들어 갔다. 단어와 지문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곽도원의 연기 열정 덕에 연기와 극 전개에는 더욱더 힘이 실렸다. “잊고 지내던 열정을 다시금 깨달았던 순간”이라고 회상하던 윤두준은 “덕분에 잃어버린 감을 찾아낸 것 같다”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연출을 맡은 최도훈 감독과도 캐릭터를 두고 매번 토론을 이어갔단다. 그에게 ‘구필수는 없다’ 현장은 또 다른 배움터였다.

“현장 분위기가 연구소 같았어요. 연기를 탐구하고 연구하듯 임했거든요. 영화 촬영장 느낌도 있었어요. 제가 연기를 쉬는 동안 장르나 유행이 많이 변한 만큼 부담도 당연히 있었어요. 하지만 디테일을 살리며 연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장에 녹아들었어요. 희열을 느낀 순간도 많았죠. 감독님과 캐릭터 해석이 다를 때마다 정석이는 이럴 거라면서 서로를 설득하기도 했어요. 굽힐 수 없던 현장이었다고 할까요. 하하. 이렇게 캐릭터를 깊게 파고든 건 처음이었어요. 사전제작이라 가능했죠.”

‘구필수는 없다’는 넷플릭스 국내 일일 인기 콘텐츠 톱 1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플릭스 패트롤 집계 기준). “부모님이 처음으로 재밌게 봤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들떠하던 그는 “(정)동원이의 사인도 받아드렸다. 동원이 덕분에 부모님 세대의 반응도 좋았던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곽도원, 정동원, 한고은, 박원숙 등과 호흡한 기억도 소중히 남았다. 윤두준은 “곽도원 선배님과는 나중엔 눈만 봐도 통할 정도였다”면서 “박원숙 선생님은 자상히 챙겨주셨고, 한고은 선배님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정동원은 끼가 어마어마한 친구”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ENA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 스틸컷. KT스튜디오지니

2009년 그룹 비스트로 데뷔해 배우와 그룹 하이라이트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어느덧 13년 차 연예인이 됐다. 그 사이 소속사도 바뀌고 군대도 다녀왔다.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보면 데뷔 초 활동했던 ‘미스터리’와 tvN ‘식샤를 합시다 1’이 종종 떠오른단다. 윤두준은 각각을 가수, 배우로서의 전환점으로 꼽았다. “‘미스터리’ 활동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게 피부로 와닿았어요. ‘식샤를 합시다’는 뭣도 모르고 임했다가 책임감을 느끼게 됐었죠.” 윤두준에겐 노래와 연기 모두 소중하다. 

“두 분야 모두 소중해서 어느 하나 놓칠 수 없어요. 가수와 연기자로 사는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거든요. 물론 둘 중 하나를 포기하라고 하면 배우가 아닌 하이라이트를 선택할 거예요. 얼마 전에 콘서트를 했는데, 그동안 했던 공연 중 가장 즐겁고 만족스러웠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라이트(하이라이트 팬덤명)분들이 저희와 함께해주시는 게 더 감사해요. 솔로 앨범도 늘 생각은 해요. 라이트 분들이 좋아하실 걸 알거든요.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 고려해보려 해요.”

윤두준은 인터뷰를 하며 “못하던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다”며 상기된 모습을 보였다. 비스트, 하이라이트로 인터뷰를 나눌 땐 늘 멤버들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그다. 기자가 과거 인터뷰를 나누던 때의 이야기를 꺼내자 윤두준은 금세 감회에 젖은 얼굴이 됐다. “20대의 저는 화려하고 행복했지만, 그뿐이었어요. 저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거든요. 힘들기도 했죠. 30대는 군대를 다녀오니 벌써 4년이나 흘러있더라고요. 하지만 전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해요. 후회는 없어요.” 

치열하게 임한 ‘구필수는 없다’를 뒤로 하고, 윤두준은 다시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한다. 재충전을 위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곧장 “하이라이트 활동을 다양하게 하고 싶다”고 답했다. 연기자로서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냐는 물음엔 “장르물을 해보고 싶다”며 “기회가 오면 하고 싶은 게 많다”고 열의를 불태웠다. “강렬하진 않아도 보고 있으면 미소 짓게 되는,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하이라이트로선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 해요. 배우로서의 계획은 아직이에요. 과거 작품을 복기하고 공부하며 저를 다져갈게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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