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긴 밤을 헤매고 있을 때 / 때론 슬픔에 잠겨 있을 때.” 가수 김호중은 지난달 낸 신곡 ‘빛이 나는 사람’에서 이렇게 읊조린다. 스페인 성악 전설 플라시도 도밍고가 반한 육중한 목소리는 이 곡에서 속삭임이 돼 흐른다. 잔잔한 통기타와 하모니카 소리가 노래에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한다.
노래 제목인 ‘빛이 나는 사람’은 김호중과 팬들이 서로를 가리키는 애칭이다. 김호중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올해 초 팬들이 팬카페에 쓴 편지에서 이 표현을 발견했다. “팬 분들이 써주신 편지를 자주 봤어요. ‘지금은 우리가 더 단단해지는 시간’이라거나 ‘언제나 이 자리에 있겠다’는 말들, 힘들 때 제 노래에서 위안을 받았다는 이야기…. 특히 ‘빛이 나는 사람’이란 단어에 꽂혔어요. 팬들이 써주신 글들을 가사로 엮어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호중이 들려준 이야기다.
‘빛이 나는 사람’은 김호중과 팬들이 주고받은 편지를 노래로 옮긴 일종의 서간곡이다.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김호중은 “가사 90% 정도는 팬들이 써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했다. 노래는 발매 당일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를 만큼 인기였지만, 정작 김호중은 이 곡을 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가사를 써본 경험이 많지 않은데다 포크 음악에는 처음 도전해서다. ‘빛이 나는 사람’으로 자신감을 얻은 김호중은 기세를 이어 신보도 준비 중이다. 오는 27일 클래식 음반을 발매하고 이후 정규 음반도 낸다. “신보에 록발라드 곡이 많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정규음반을 내기 앞서 오는 9월에 신곡 ‘나의 목소리로’를 먼저 공개할 생각이에요. 어떤 분들은 댄스곡을 내달라고 하시는데… 제가 춤을 못 춘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그러시는 것 같아요.(웃음) 공백기에 팬들이 보여주신 사랑에 보답하려고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오랜 시간 작업하다보니 음악 스펙트럼도 이전보다 넓어지는 것 같아요.”
한동안 떠났던 무대와도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강원 철원에서 열린 KBS 평화콘서트를 시작으로, 트로트 버전 드림 콘서트와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 공연 무대에 올랐다. 김호중은 “복귀 후 첫 무대 땐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노래를 어떻게 불렀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공연장을 채워준 팬 분들을 보고서야 ‘무사히 마쳤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오는 9월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전국을 돌며 단독 공연을 연다. 이에 앞서 추석 연휴에는 SBS에서 단독쇼도 선보인다.
방황하던 10대 시절 음악을 만나 새 인생을 시작한 김호중은 “음악이 이끄는 길이 바른 길”이라고 했다. “힘들었던 때도 있었어요. 저를 유혹하는 일들도 많았고, 당장 포기하고 싶은 날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 가는 음악의 길이 바른 길인 것 같아요.” 장애인 복지관에서 대체 복무한 지난 2년도 그에게 가르침을 줬다.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것이다. 김호중은 자신이 배운 삶의 진실을 음악 안에 담으려 한다. 스스로에게 물었던 ‘어떤 음악을 하고 싶니’에 대한 답을, 언젠가는 자신 안에서 길어 올리길 기대하면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하는 동안 스스로에게 ‘넌 어떤 음악을 하고 싶니. 어떤 음악을 잘할 수 있니’를 끊임없이 물었어요. 저는 대중 가수니까, 잘하는 음악과 좋아하는 음악이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제가 뭘 해야 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어요. 다만 김호중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해보자, 작은 곳에서 노래하던 시절을 잊지 말자는 다짐은 굳게 남았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