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9시 21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100원(0.17%) 오른 5만7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초 이래 6만원 초반에서 5만원 후반 박스권을 그리고 있다. 지난 7월 4일 장중 5만5700원까지 낙폭을 키워 연저점을 찍은 이후 반등해 7월 29일 장중에 6만26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8월 들어 주가는 다시 하락해 6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주가가 5만원대로 내려간 지난달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한 개인투자자들은 1조6000억원 이상 사들였다.
8월에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 약화를 이유로 실적 부진을 예고하자 업황 우려가 재차 부각됐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와 AMD에 인공지능(AI)용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해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엔비디아의 경우 2022 회계연도 매출액의 4분의 1 이상이 중국과 홍콩에서 나올 정도로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편이다.
이에 증권사에서는 하반기 내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종이 저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주가가 추가 조정을 받을 경우, 비중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는 점은 저점이 다가온다는 의미”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의 지난 8월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7.8%를 기록하며 반도체 수출이 역성장세로 돌입했다. 채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미국의 중국향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금지 등으로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부정적인 상황”이라면서도 “미국이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 사슬에서 배제한다는 점에서 한국 반도체 업종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만약 중국이 한국의 칩4(CHIP4) 동맹 참여로 인한 경제 보복을 시행할 경우, 단기적 충격을 있을 수 있겠지만 중국과 한국이 반도체 업종에서 상호의존적이라는 관점에서 경제 제재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국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의 역성장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입한 이후 6개월 이내에 삼성전자의 주가의 저점이 확인되었다는 점도 반도체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실제 가장 최근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던 2018년의 경우, 마이너스로 전환된 12월이 삼성전자 주가의 바닥이었다. 채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주가는 모든 지표를 선행하여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 내에 저점을 기록할 것”이라며 “향후 반도체 기업이 추가 조정을 받을 경우, 반도체 비중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지난 2일 미국의 8월 고용지표가 예상치 수준에서 집계되어 미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되었음에도 미 증시는 1%가 넘는 하락폭을 기록했다”면서“지난주 증시를 짓눌렀던 요인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13에 발표되는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한 경계감에 따른 매도 물량이 출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달 13일(현지시간) 미국의 8월 CPI 발표(13일),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증시를 크게 움직일 수 있는 변동성 요인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주요 이벤트를 확인한 후에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조언이다.
채 연구원은 다만 “코스피 지수가 추가적으로 하락해 2300선을 하회할 시,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유럽 에너지 위기 등 중장기적인 이슈에 따라 수혜를 보는 업종 내 종목을 저가 매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에너지를 둘러싼 러시아와 유럽의 갈등은 에너지 공급의 불확실성 및 가격 하방 경직성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여전히 에너지 관련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미국 반도체지원법이 통과하면 삼성전자가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이와 관련해 주식 투자자가 당장 삼성전자를 매수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미국이 추진하는 52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이 26∼27일(현지시간) 상원 투표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원법이 통과되면 인텔, TSMC, 삼성전자 등이 미국 내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투자가 이익으로 회수되는 비율이 높은 기업”이라면서도 “이번 반도체 지원법이 통과돼 삼성전자가 투자를 늘리더라도 이익으로 연결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투자를 늘린 후 이익이 증가할 때 외국인 수급이 붙으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스피 내 삼성전자 이익 비중이 25%를 넘어가는 구간에서 삼성전자 중심의 지수장이 형성된다고 봤다.
올해 삼성전자 예상 순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43조원으로 코스피 예상 이익의 24%고, 내년은 42조원으로 코스피 예상 이익의 22%다.
김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비중을 줄인 것은 반도체 이익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기 때문”이라며 “내년 이익 컨센서스가 방향을 바꾸기 전까지 급하게 삼성전자를 (포트폴리오에) 채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은 시장에 녹아들었지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와 업황 판단은 시장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남은 실적 발표 기간 빅테크 기업의 가이던스가 IT(정보기술) 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