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에 젖어 있으면서 깨끗한 척하는 위선에 질릴 대로 질렸다.”
22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 도중 김모(36)씨가 한 말이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해 왔던 김씨는 ‘김남국 60억 코인 의혹’을 계기로 등을 돌렸다. 김씨는 “더 이상 민주당은 정의와 공정을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이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은 민주당의 무너진 도덕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이은지(여·32)씨도 “앞에서는 ‘서민 코스프레’를 하고, 뒤로는 돈놀이에 혈안이 된 모습이 수많은 청년에게 박탈감을 안겼다”라고 토로했다. 대학생 김모(26)씨도 “국회의원이란 직책을 이용해 이득을 얻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분노까지 느낀다”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청년들의 지지를 잃었다.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보유 논란이 일파만파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닷새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42.4%를 기록했다. 한 주 만에 4.6%p 급락했다.
특히 청년세대의 민심 악화가 두드러졌다. 민주당을 향한 20대 연령층(만18~29세)의 긍정 평가는 지난주(47.9%)보다 12.9%p 추락한 35.0%를 기록했다. 30대도 47.8%에서 39.3%로 8.5%p 급락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대비 2.2%p 오른 38.5%로 집계됐다. 특히 20대(만18~29세) 지지율이 30.4%에서 42.4%로 12.0%p 상승했다. 30대는 30.1%에서 36.9%로 6.8%p 올랐다.
여론조사 흐름을 살펴보면 민주당의 청년 지지율 하락 폭은 국민의힘 청년 상승 폭과 맞물린다. 청년 지지층이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이동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로써 양당 지지율 격차는 10.7%p에서 3.9%p로 크게 줄었다. 지난 3월2주차 이후 10주 만에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전문가들은 ‘김남국 코인 사태’가 청년층 이탈 요인의 결정타라고 입을 모았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민주당 지지율에 대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라며 “직전 조사에 영향을 주지 않았던 ‘김남국 코인’ 이슈가 본격적으로 작동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는 김 의원처럼 직접 코인에 투자했던 2030세대의 분노가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코인은 취업난 심화와 집값 상승으로 박탈감에 빠진 청년들이 뛰어들었다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분야다. 2030세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역린”이라면서 “김 의원의 위선적 행보도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2030세대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라고 지적했다.
지도부의 태도도 지적했다. 박 교수는 “측근이 관련되자 전수 조사에서 발을 뺀 지도부의 처신도 문제”라며 “그간 악재를 정면 돌파 해오던 이재명 대표의 달라진 모습에 많은 청년이 실망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결단을 내리지 않는 이상, 악화한 청년 민심이 총선의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조사는 무선 97%·유선 3%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응답률은 3.2%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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