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조국 출마설…민주당마저 ‘떨떠름’ [여의도 고구말]

커지는 조국 출마설…민주당마저 ‘떨떠름’ [여의도 고구말]

참패 못 잊은 민주당…“조국 출마에 철저히 무관심해야”
與 “꼴사나운 조국…文, 그렇게 살면 안돼”

기사승인 2023-06-14 18:00:44
‘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경남 양산 평산 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캡처
‘조국 출마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 내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조국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포착됐다.

출마설이 불거진 발단은 지난 10일이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평산책방’을 방문한 인증샷을 남겼다.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책을 파는 ‘책방지기’로 활동하는 곳이다.

조 전 장관은 문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이 부정되고 폄훼되는 역진과 퇴행의 시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는 ‘길 없는 길’을 걸어가겠다”고 썼다. 이를 두고 내년 총선 도전을 우회적으로 밝혔다는 해석이 나왔다.

참패 못 잊은 민주당…“조국 출마에 철저히 무관심해야”

더불어민주당은 계파를 불문하고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어렵게 ‘조국의 강’을 건넌 당이 또다시 고초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은 2021년 4·7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도 연이어 패배했다. 당시 민주당 내에서는 4·7재보선 패배의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꼽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친명(이재명)계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지난 1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이 아직 재판도 끝난 상황이 아닌데,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본인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고민해 주기를 부탁한다”며 우회적으로 조 전 장관의 출마를 만류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BBS 라디오에서 “출마는 개인 자유지만, 민주당엔 굉장히 큰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민주당에 입당해 출마한다면 총선 때 ‘조국의 강’이 아니라 ‘조국의 늪’에 빠지는 굉장히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임형택 기자

출마를 하더라도 민주당이 철저한 무관심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이 올린 글과 관련 “정치적 문법으로 출마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어떤 정치적인 플랜을 가지고 움직임을 가지든 (민주당은) 철저히 무관심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이 민주당과 거리를 두고 독자적 행보를 걸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조 전 장관의 출마설과 관련해 “출마는 개인의 문제를 떠나서 국가 공동체에 대한 것”이라며 “숙고의 과정을 거쳐야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봉합 과정을 거쳤고, 다시 새로운 논란으로 가지 않았으면 한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썩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사진=임형택 기자

與 “꼴사나운 조국…文, 그렇게 살면 안돼”

국민의힘은 조 전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4일 “기어코 총선으로 향하겠다는 조 전 장관, 공정과 정의를 짓밟을 그 길에 함께하겠다는 민주당을 기다리고 있는 건 분노한 민심의 심판뿐”이라고 경고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만약에 출마해서 선거판을 오염시키면 대한민국에 큰 불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조국 전 장관의 여러 가지 꼴사나운 작태가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것이 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경태 의원 역시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은) 완전히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며 “정말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조 의원은 “문 전 대통령도 그렇게 살면 안 된다. 범죄에 연루되고 1심에서 2년을 선고받은 자를 그렇게 환대하나”라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그런 분이 온다 해도 오지 말라 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정치인들이 부도덕하고 정치인들이 거의 범죄 집단 수준인데 국민들이 뭘 보고 배우겠느냐”고 질타했다.

다만 조 전 장관의 출마를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도 포착됐다. 총선 출마가 여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로남불 조국도 나와서 국민의 심판을 받으라”며 “민주당이 제 발로 다시 ‘조국의 강’에 빠지겠다는데 말릴 이유 없이 대환영”이라고 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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