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간다.
기후변화와 집중호우, 그리고 산사태와 도로침수로 얼룩진 지난여름의 기억이 잊혀져가면서 가을이 오는 듯하더니 어느새 계절의 시간은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시나브르 가을이 떠나감을 예고하는 듯 찬 기운이 온몸을 파고든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그래도 가을은 뒤끝은 선명하다. 잎새마다 붉고 노랗고 밤색으로 가을물을 들여놓고 서둘러 떠나갈 채비를 한다. 지난 밤 강풍에 견디지 못한 잎새들이 우수수 떨어져 낙엽이 되었다. 비록 활엽수들은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남았지만 푹신푹신한 낙엽 길을 조성해 놓았다.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뜨문뜨문 자리한 감나무에 잘 익은 감들이 풍성하게 달렸다. 법적으로 공원 내 모든 열매는 시민들이 채취할 수가 없어 새들에게는 풍성한 가을 밥상이 차려진 셈이다.
굳이 인간이 새들에게 인심 쓰듯 몇 개의 감을 남겨 놓고 '까치밥'이라 표현했지만 최소한 올림픽공원에서는 모든 새들이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넉넉히 먹어도 될 만큼 여기 저기 감들이 풍성하게 달려있다.
또 다른 공원의 잔디밭에서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인 중년의 친구들이 여고시절 교복을 입고 깊어가는 가을의 추억을 쌓고 있다. 황화코스모스와 국화, 댑싸리가 가득한 야생화 단지에는 나들이 객들이 가을볕에 다양한 인생샷 남기기에 분주하다.
올림픽공원의 관계자는 “올림픽공원은 도시에 있는 공원이지만 인위적으로 가꾸지 않고 자연적 경관을 최대한 유지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더불어 올림픽공원은 친환경 농약 위주로 살포를 해서 사람은 물론 동식물도 안심하고 살아간다. 환경이 좋아지면서 최근 들어서는 고라니 등 야생동물들 숫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도심 속 대정원은 35년 전 ‘88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식재한 크고 작은 나무들이 공원 내 몽촌토성을 중심으로 조화롭게 자리 잡았다. 자연친화적으로 조성되어 있는 올림픽공원의 가을풍경은 국내 도심공원 중 첫손가락 꼽기에 손색이 없다.
글‧사진=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