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가운데 미국의 조선법 보호주의 ‘존스법’ 폐지 없이는 국내 수혜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함선 정비·수리·운영(MRO) 사업을 위해 조선사가 미국 정부와 맺는 인증 협약인 MSRA(함정 정비 협약)를 체결했다.
한화오션의 경우 지난 12일 미국 해군의 3만1000톤급 급유함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미 간 조선업 협력을 요청한 후 이뤄진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내년부터 MRO 사업 입찰에 뛰어들 계획이다.
국내 조선업이 안정적으로 미 MRO 사업에 정착한다면 연간 수십조원에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 1920년 개정된 미국의 ‘존스법’ 폐지 없이 미 MRO 사업을 안정적인 정착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존스법은 미국 내 연안을 오가는 모든 선박을 미국에서 건조하고, 미국인이 소유 및 운항하도록 규정해 외국 조선업체의 시장 진입을 제한한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해당 법으로 미국 내 선박 건조 비용이 커져 외국 조선업체에 비해 높은 건조 비용을 초래해 미 조선업이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내에서도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며 존스법 폐지론에 힘을 쏟고 있다.
헨리 해거드 전 주한미국대사관 정무공사는 지난 7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의 조선업 보호주의 법안인 존스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해거드 전 공사는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면서 미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 조선업을 살리고 미국이 군대와 화물을 위한 선박을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존스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과 파너트십을 통해 조선업의 명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존스법이 미국 선박 건조 수주에 있어 어느 정도의 장애물이라고 생각한다. 존스법 폐지나 개정이 이뤄진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미국 시장 진출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 산업은 한미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다. 국내 산업부에서도 정책적 지원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만큼 MRO 사업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조선업계를 대상으로 내년 1월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업계 영향과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조선 산업은 한미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영역”이라며 “K조선의 신시장 개척을 위해 업계에서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