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12일 은행권의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절차와 과정을 문서로 남기고, 단계별 평가 결과는 모두 공개하도록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제시했다. 금감원은 이를 감독‧검사의 기준으로 활용할 예정인 만큼 은행권의 CEO 경영승계절차가 보다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국내 은행들의 지배구조가 글로벌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미흡하다고 판단해 은행권 및 외부전문가와의 논의를 거쳐 모범관행을 마련했다.
특히 금감원은 지배구조의 핵심 축인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와 관련해 형식적인 승계계획은 마련되어 있으나, 후보관리부터 최종 선정까지 경영승계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 승계계획이 부재한 것으로 봤다. 이에 모범관행은 은행권의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와 관련해 승계계획의 투명성을 높이고 평가·검증 체계의 실효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모범관행은 CEO 후보군 관리·육성부터 최종 선정까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승계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문서화하도록 제시했다. 필수적으로 문서화해야 하는 중요사항은 △내부 및 외부 후보자의 세부적인 자격요건 △후보군 관리 및 평가 기준·방법 △역량개발 프로그램 △경영승계절차 개시시점 및 후보근 압축 단계별시기, 평가·검증 방식, 결정 방법 등 CEO 선임 절차 관한 사항 △승계계획 관련 각 부서별 역할 및 책임 분담 및 정보교환 절차 등이다.
모범관행은 CEO의 자격요건도 구체적으로 정의하도록 했다. 법상 필수요건은 물론 도덕성, 업무전문성, 학력 및 경력, 조직관리 역량, 연령, 회사비전 공유 등의 각 항목별로 세부적인 기준을 미리 제시하도록 한 것. 면밀한 평가‧검증 및 CEO 선임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후보군에 대한 평가주체 및 평가방식도 다양화하도록 헸다. 외부평가기관, 외부전문가, 심층 평판조회, 다면 평가 등 평가주체 및 방식을 다양하게 활용하라는 권고다.
후보군에 외부 인물을 포함할 경우 외부후보에게 공평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특히 내부후보에게 부회장직 등을 부여해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경쟁력 있는 외부후보자에게도 비상근 직위를 부여해 은행의 역량개발 프로그램 참여 기회나 이사회와의 접촉 기회 등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모범관행은 경영승계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계별 평가 결과에 관한 기록을 남기면서 이를 공시하도록 했다. 후보자 평가 단계별로 위원들의 평가 내용, 평가 방식에 대한 기록을 공개하라는 것. 이밖에 모범관행은 경영승계절차가 촉박하게 진행되거나 형식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CEO의 임기만료 최소 3개월 전에 승계절차를 개시토록 명문화했다. 이는 제도 개선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모범관행은 개선 이후 운영과정을 살펴가면서 점차 승계절차 기간을 장기화해야 한다고 개선방향을 내놓았다.
금감원은 이번에 마련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당장 강제성을 부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감독검사의 기준으로 삼아 은행지주의 자발적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주·은행이 포함된 TF에서 모범관행을 논의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법으로 강제를 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경영실태 평가에 관련 항목들을 반영하고 정기검사에서 실질적으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체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