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3%대로 떨어졌다. 지난달까지 4%대 예금 상품이 존재했지만 금융당국의 ‘수신 경쟁’ 자제령에 시장 금리까지 떨어지면서 예금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당국의 시장 개입이 정기예금 가입자의 금리 혜택을 줄였지만 금융안정에는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전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년 만기 예금상품의 최고금리는 3.90~3.95%로 집계됐다.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3.95%로 우대금리를 포함해 시중은행 가운데 최고금리가 가장 높다. 나머지 은행은 모두 3.90%로 동일하다.
5대 은행의 예금 금리는 지난달까지 4%대를 보였다.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의 지난달 취급 평균 금리는 4.17% 이었으며,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과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은 동일하게 4.04%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도 4.02%, ‘NH올원e예금’ 역시 지난달 평균 4.01%에 취급됐다.
은행들의 예금 금리가 4%대까지 올라간 것은 지난해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조달을 위해 내놓은 5%대 예금의 만기가 돌아온 영향이다. 만기를 맞아 다시 갈 곳을 찾게 된 자금의 이탈을 막기 위해 수신 경쟁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은행권의 수신경쟁이 대출 금리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을 우려했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1월 2일 “고금리예금 재유치, 외형확대 등을 위한 금융권의 수신경쟁 심화가 대출금리 추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과도한 수신경쟁을 자제해 줄 것을 주문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자금조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은행채 발행 규제를 풀면서 시장금리도 하락세로 전환했다. 은행채 1년물 (무보증·AAA) 금리는 10월 31일 4.153%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12월 8일 3.895%까지 떨어졌다.
은행권이 수신 경쟁을 자제하면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자금 조달 부담도 줄었다. 이에 제2금융권의 예금 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1년 만기 평균 예금 금리는 10월말 4.13%에서 11월말 4.08%를 거쳐 이달 12일에는 4.05%까지 하락했다.
은행권에서는 당분간 예금 금리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 확대로 자금조달 부담이 줄어들고,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당분간 예금 금리는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당국의 이러한 개입이 시장 왜곡을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이 예금 금리를 낮춘 만큼 대출금리가 따라 내려가지 않을 경우 오히려 은행의 이익만 보장하는 상황이 될 수 있어서다. 또한 당국이 은행의 경쟁을 촉구하면서 수신 경쟁은 자제를 요청하는 모습이 이중적인 태도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당국의 개입이 금융안정에 도움이 된 것으로 봤다. 한은은 지난 11일 보고서를 통해 “예금취급기관 간 수신 경쟁은 예금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금리 혜택을 제고시킬 수 있다”면서도 “단기간의 과도한 예금금리 인상은 수신 안정성 저하,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