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선로 고장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가 무리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선로 설치를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 등이 설치한 HVDC 연계 선로에서는 잦은 고장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발생한 수도권 전압강하 사고는 고덕변환소의 설비 고장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북당진~고덕 선로의 경우 2021년 상업운전 이후 20여 차례 고장이 발생했다.
HVDC는 직류송전 방식으로, 전력을 먼 거리로 수송하는 데 유용하다. 현재 국내 발전소들은 대부분 지방에 몰려 있다. 그러나 생산된 대부분의 전력은 수도권에서 사용해 공급지에서 수요지로 전기를 흘려보내야 한다. 이에 따라 각 도시를 잇는 안정적인 송전망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도 재생에너지 확대 및 전력망 안정화를 위해선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일 제30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전력계통 혁신대책’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4조6000억원 규모의 동해안과 수도권을 잇는 HVDC(8GW)를 2026년 6월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신한울 3,4호기(2.8GW)와 동해권 신규 석탄화력 전력수송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재 국내 환경이 HVDC를 활성화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전자기술 기반의 HVDC를 기존 교류망과 연계해 운영할 시 고장 파급 영향이 커져 오히려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현재 국내에 설치된 HVDC들도 고장이 잦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당진~고덕 HVDC 고장을 언급했다. 이어 “좁은 국토에 HVDC가 많아지는 현상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해외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와 해외 영토는 환경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훨씬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HVDC는 400km 이상의 장거리 전력수송이나 해상과 육지를 연결할 때 쓰는 비싼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이어 “돈이 많이 드는 반면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며 “HVDC 기술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초반 설비 안정화 작업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전력계통혁신과 관계자는 “HVDC는 송전망 해결 등을 위해 국내에 필요한 기술”이라며 “HVDC가 반도체 기술에 기반하다 보니 초기에 설치 후 안정화되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북당진~고덕 선로 고장 같은 경우 전연설비 문제로 GIS(가스절연개폐장치)가 고장난 것”이라며 “변환설비인 HVDC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