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웹툰작가 기안84가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그는 올해 MBC 효자 예능 ‘나 혼자 산다’ 말고도 신규 예능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를 흥행시켰다. 29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에 마련된 시상대에 선 기안84는 “그간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앞으로는 베풀고 살아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가장 주목받은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시상식을 진행한 전현무는 초반부터 “기안84 테이블에 놓인 노트는 수상 소감을 적기 위한 것”이라고 밑밥을 던졌다. 대상 후보 자격인 올해의 예능인상을 받은 뒤엔 “진심으로 기안84가 대상을 받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대상 후보가 된 유재석은 “(수상은) 일주일 전부터 포기했다”고 거들었다.
대상을 받은 기안84는 작고한 아버지를 떠올리며 “나도 친구들과 있으면 (예능 프로그램을) 재밌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결국 효도 한 번 못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생전에 잘해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투병 중인 어린이에게 네 잎 클로버를 그려준 사연도 소개했다. 그는 “클로버는 잎이 세 갠데 이파리에 상처가 나면 네잎이 된다고 한다. 모두에게 행운이 깃든 2024년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기안84는 이날 대상, 올해의 예능인상, 베스트 커플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태계일주’가 받은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을 포함하면 4관왕이다. 생방송 중 돌발 발언으로 유명한 그는 이날 긴장한 듯 ‘태계일주’를 “태어난 김에 산다”라고 말하거나 ‘X맨’을 언급한 뒤 “아, 그건 SBS 프로그램이지”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기안84는 지난해 말 시작한 ‘태계일주’를 통해 남미, 인도, 마다가스카르에 다녀왔다. 갠지스강 물을 마시고, 작살로 물고기를 잡는 등 현지 문화에 거침없이 녹아드는 모습이 인기를 끌었다. 프로그램에서 기안84와 함께 여행한 덱스는 신인상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기안84만큼 박수받은 인물은 또 있었다. 조혜련이다. 그는 시상식 중간 무대에 깜짝 등장해 ‘아나까나’ 등을 불렀다. “개그맨들 다 나와! 놀자!” 조혜련이 이렇게 외치자 박나래 등 예능인들은 우르르 무대로 올라가 춤을 췄다. 붐을 무대에서 다리도 찢었다. 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와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 중인 풍자는 트랜스 여성 최초로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그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딸이) 사회에서 서러움을 겪거나 배제당할까 걱정하시는 아빠에게, 제가 이렇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MBC는 올해 시상 부문을 잘게 나눴다. 기존 프로듀서상을 프로듀서 MC상과 프로듀서 특별상으로 구분해 시상했다. 남녀 구분 없이 시상한 인기상 2개 부문(리얼리티, 쇼·버라이어티)과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2개 부문(리얼리티, 쇼·버라이어티) 등 쪼개진 상은 대부분 남성 예능인에게 돌아갔다. 최우수상도 남성에 한해서만 리얼리티와 쇼·버라이어티 부문을 나눠 시상했다. 예능 프로그램 내 성비 불균형이 시상식으로도 고스란히 옮겨 간 모양새다. 대상과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을 두고 격전을 벌인 ‘나 혼자 산다’와 ‘태계일주’ 고정 출연자 중 여성은 각각 1명이었다.
다음은 2023 MBC ‘연예대상’ 수상자 명단.
△ 대상=기안84
△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 올해의 예능인상=기안84, 유재석, 전현무
△ 공로상=이영자
△ 최우수상 남자 리얼리티=이장우(리얼리티)
△ 최우수상 남자 쇼·버라이어티=하하
△ 최우수상 여자=박나래
△ 최우수상 라디오=김현철
△ 우수상 남자=주우재
△ 우수상 여자=장도연
△ 우수상 라디오=신지, 이석훈
△ 프로듀서 MC상=김성주
△ 프로듀서 특별상=김구라
△ 베스트 커플상=기안84, 덱스, 빠니보틀
△ 인기상 리얼리티=코드쿤스트
△ 인기상 쇼·버라이어티=유재석·하하·이이경·주우재
△ 베스트 팀워크상=전현무, 박나래, 이장우
△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리얼리티=붐
△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쇼·버라이어티=양세형
△ 멀티플레이어상=유병재
△ 신인상=덱스, 김대호, 풍자
△ 신인상 라디오=김일중, 테이, 재재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