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부진한 흐름 속에 투자자들이 상승 랠리를 보이는 미국 증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연초부터 서학개미 고객 확보를 위한 해외주식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이는 모양새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2일부터 26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거래 건수는 77만174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61만9179건) 대비 24.63%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국내 증시가 약세장을 이어가는 반면 해외 증시는 연일 상승세를 나타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26일 2478.56에 장을 마치면서 올해 들어 7.16% 급감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인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각각 1.04%, 3.12%, 4.66% 상승했다. S&P500지수는 지난 25일 4894.16까지 오르면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seven·미국 증시 주요 종목)의 시가총액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미국 증시는 물론 미국 경제가 견조한 펀더멘탈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국내 증시는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에 집계된 증권사 해외주식 수수료는 5417억원으로 대형 증권사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상위 증권사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이 18.4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NH투자증권이 각각 17.81%, 15.25%, 10.43%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개사의 해외주식 수수료 비중 합산은 61.9%다. 이는 투자자들이 해외주식 거래를 위해 대형 증권사 위주로 방문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 다른 증권사들도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 증대를 위해 서학개미 투자자 고객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타사에서 보유 중인 해외주식을 옮길 시 현금이나 주식을 지급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벤트에 돌입한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2월29일까지 다른 금융사 계좌에 있는 해외주식을 자사 뱅키스 계좌로 옮긴 고객에게 입고·거래 금액에 따라 최대 610만원의 축하금을 지급한다. 뱅키스는 비대면 또는 시중은행을 통해 개설되는 한국투자증권 계좌의 온라인 거래서비스다.
아울러 오는 2월13일까지 매주 3~5억원 이상 거래한 고객 100명을 추첨해 테슬라(TSLA)·인베스코 QQQ 트러스트·아마존(AMZN) 등 주식을 지급한다.
이외에도 뱅키스 해외거래 서비스 최초 신청 고객에게는 1개월 매수수수료 무료와 환율우대 90%(USD 기준) 혜택이 제공된다. 달러지급 이벤트를 신청할 경우 30달러를 지급받을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도 오는 3월31일까지 해외주식 입고 이벤트를 진행한다. 타 증권계좌에서 보유하고 있던 해외 상장 주식 및 ETF를 대체 입고한 후, 해외 주식 1000만원 이상 거래한 고객에게 최대 200만원까지 현금 리워드를 지급한다.
다우존스 영문판 뉴스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도 있다. KB증권은 올해 들어서 다우존스사가 발행하는 △다우존스 뉴스와이어 △월스트리트 저널 △마켓워치 △바론스’ 등 4개 언론사의 미국, 중국, 홍콩 관련 원문 뉴스를 한글로 실시간 번역해 제공하고 있다.
특히 KB증권은 해외주식 투자자 고객의 편의·접근성 향상을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실시간 환전 가능 시간을 기존 7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에서 24시간으로 확대했다.
이는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인 외환시장 개장 시간 연장(기존 오후 3시 30분 → 익일 새벽 2시) 방안의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내달부터 6월까지 운영하는 시범 거래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관심도가 증대됨에 따라 관련 이벤트를 꾸준히 선보이는 추세다”며 “각 사별 해외주식 마케팅에 따라 점유율 변동폭이 큰 폭으로 발생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