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안이 공개됐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상장지수펀드(ETF)의 개발 소식이다. 증권가에서는 밸류업 ETF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 논의를 통해 마련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세부내용을 발표했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을 벗어나 도약하는 것이다. 기업 자율에 맡기는 만큼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특히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개선노력과 성과에 대해 투자자가 평가하고, 투자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지원 방안으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ETF’를 개발할 방침이다. 출시 및 상장 일정은 올 하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는 ETF와 펀드 등 금융상품 출시에 사용될 수 있다”며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도 벤치마크 지표로 참고 및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지수는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일본 사례를 벤치마크한 만큼 ROE 중심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투자업계 측 분석이다. 일본은 Prime 150 지수에 ROE-CoE(자본비용) 스프레드가 높은 기업들을 우선 선별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거래소는 ROE 8% 이상 기업을 지수 유니버스로 설정해 PBR 1배 이상 기업들을 지수에 포함했던 바 있다”며 “해당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기업들은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지수의 등장 전부터 발 빠른 행보에 나선 곳도 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지난 27일 ‘KoAct 배당성장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ETF에 관심도가 높은 투자자 성향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해당 상품은 현금 흐름 개선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높일 의지와 역량을 바탕으로 ROE가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서범진 전략솔루션총괄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상승이 전망되는 기업만 선별해 장기적 관점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유인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사례를 살펴보면 JPX Prime 150 지수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일본 밸류업 ETF 방안의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꼬집었다. JPX Prime 150 인덱스는 타 지수 대비로도 미비한 흐름을 나타냈다.
반면 밸류업 ETF가 상장 이후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정책 모멘텀이 함께 수익률을 뒷받침해 준다면, 성공적인 안착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ARIRANG K방산Fn ETF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해당 ETF는 국내 방위산업 수출 수주액 증가에 따른 실적 성장과 함께 수출입은행 자본금 확대법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통과 등 정책적 모멘텀도 지속적으로 더해졌다. 이에 따라 전날 종가 기준으로 상장 이후 수익률은 53.79% 급등했다.
박 연구원은 “벤치마킹한 일본 대비 국내 지수 개발 사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점 또한 긍정적"이라며 "향후 정책의 지속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