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과열 주의보 발령…공모가 '적정' 논란

IPO 과열 주의보 발령…공모가 '적정' 논란

2월 상장기업 수요예측, 공모가 희망밴드 모두 ‘초과’
상장 당일 주가 유지 실패 종목 다수, 공모가 밑도는 기업도
전문가 “IPO시장의 제일 중요한 문제, 적정 밴드 정해야”

기사승인 2024-03-08 06:00:07
쿠키뉴스DB

연초부터 뜨겁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과열 주의보가 발령됐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 희망 밴드 상단을 돌파하는 사례가 늘면서 ‘공모가 띄우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공모가가 올라간 만큼 상장 당일 종가를 유지하는 종목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종목은 이닉스·스튜디오삼익·케이웨더·코셈·이에이트·에이피알 등 총 6개사(스펙 제외)로 확인됐다. 이들 종목의 공모가는 모두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한 가격으로 결정됐다. 

공모가 산정 방식 과정은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진 동종업계 기업을 선정하고,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에서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밴드를 결정한다. 이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통해 시장 반응을 알아본 후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다. 

우선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인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은 희망 밴드(14만7000원~20만원) 상단을 초과한 25만원에 공모가를 결정했다. 밴드 상단보다 25% 높은 가격이다.

나머지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닉스와 케이웨더, 코셈은 각각 희망 밴드 상단을 27%, 14%, 20% 초과한 가격에 공모가가 결정됐다. 아울러 스튜디오삼익과 이에트도 9%, 8% 뛴 가격에 상장했다. 

문제는 수요예측 흥행에도 불구하고 상장 이후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부풀려진 공모가 거품은 개인투자자에게 피해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지난 7일 장 마감 기준으로 2월 상장 기업들의 상장 당일 종가 대비 수익률은 코셈과 이에이트를 제외하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스튜디오삼익 주가는 확정 공모가인 1만8000원에서 10% 급감한 1만6170원까지 떨어졌다. 

이외에도 최근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의 수익률은 떨어지는 추세다. 수요예측 당시 경쟁률이 굉장히 높아 기대를 한 몸에 받았음에도 부진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가를 하회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고, 신규 상장 기업들의 시장 대비 수익률도 낮아지고 있다”며 “상장 6개월 미만 기업들의 전체 시장대비 상대수익률은 지난해 11월 26.5%p에서 올해 2월 3.1%p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달에도 공모주 과열 양상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월 중 상장을 앞둔 기업들도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 희망 밴드 상단을 돌파해서다. 

오는 1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인 체외진단(IVD) 전문기업 오상헬스케어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 밴드(1만3000원~1만5000원) 상단을 30% 이상 넘어선 2만원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다. 기관투자자 가운데 약 85%가 확정 공모가를 초과한 가격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공모가 과열 현상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이는 우리나라 IPO 시장의 제일 중요한 문제다. IPO에 도전하는 기업들의 특징은 성장 단계의 정점에서 많이 상장한다”며 “매출액이 가장 놓을 때 상장하고, 그러다 보니 상장하고 나서 1년, 3년, 5년 뒤 주가는 당시 가격보다 대부분 다 내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성장 잠재력과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제고돼서 주가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먼저 골라 적정 밴드를 정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며 “그 부분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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