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전이돼도 진료 거절”…의정갈등에 쌓여가는 환자 피해

“암 전이돼도 진료 거절”…의정갈등에 쌓여가는 환자 피해

암환자권익협의회, 의료공백 피해사례 공개
췌장암 환자 67%, 진료 거부 경험
“환자를 의정갈등 도구로 쓰는 상황 멈춰야”

기사승인 2024-06-05 10:17:18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정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전공의가 의료현장을 떠난 지 100일이 넘은 가운데 70%에 달하는 췌장암 환자가 진료 거부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5일 ‘의료 공백으로 발생한 암환자 피해사례 2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췌장암 환자 2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진료 거부를 겪었고, 51%는 치료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주요 피해 사례로는 △외래진료 지연 △항암치료 지연 △입원실 축소로 인한 입원 지연 △신규 환자 진료 거부 등이 있었다.

김성주 회장은 “협의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췌장암 환자 10명 중 7명가량이 의료 공백으로 인해 정상적인 진료를 받지 못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앞서 협의회가 암 환자 1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차 조사에선 응답자의 56%가 진료 거부를 경험했다. 43%의 환자들은 항암치료가 지연됐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정부는 비상체계로, 의료계는 남아있는 의료진의 노력으로 중증·응급환자 진료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발표했다”면서 “이러한 발표는 설문조사를 통해 포장된 내용이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자 피해 사례는 쌓여간다. 전공의 파업으로 항암치료 횟수를 줄이거나 약제를 변경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항암 치료 중 간에 전이가 된 신규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도 있었다. 응급 수혈을 거부당하거나, 휴진으로 항암치료가 미뤄지는 경우는 부지기수였다. 배에 복수가 차 응급실을 찾았더니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환자만 오는 곳이 응급실’이라는 소리를 듣고 발길을 돌린 환자도 있었다.

김 회장은 “중증질환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는 환자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환자를 의정 갈등의 도구로 쓰는 것을 멈춰야 한다. 정부가 의료개혁 의지가 있다면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을 수 있는 실효적 제도를 재정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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