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의료계 집단 휴진을 앞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대정부 3대 요구안을 내놨다. 정부의 답에 따라 집단 휴진 실행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인데, 정부는 법률에 따른 절차를 중단할 수 없다며 거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16일 정부에 바라는 3대 요구안을 내놨다. 그 내용은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을 재논의한다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쟁점 사안을 수정·보완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전공의, 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및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하고 사법 처리 위협을 중단한다 등이다.
의협은 “3대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17일 전면 휴진 보류에 대한 전 회원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국적으로 예정됐던 집단 휴진을 전개하고, 이후 무기한 휴진을 포함한 전면적인 투쟁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의협은 지난 9일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강경투쟁을 선언하고 오는 18일 전면 휴진을 예고했다. 강경투쟁에 대한 회원 설문조사에서 7만800명 중 6만4139명(90.6%)이 지지 의사를 밝혔고, ‘휴진 포함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는가’라는 물음에 5만2015명(73.5%)이 찬성했다. 의협은 18일 집단 휴진 및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이후 투쟁 방향 논의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도 추진하고 있다.
의협은 개원의, 교수 등이 의협을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협, 대한의학회, 교수 단체 등이 참여한 연석회의를 열고 향후 수련병원 교수 등을 포함한 대정부 소통 창구를 의협으로 단일화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주말까지 정부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예정된 전국 집단 휴진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남발하고 있는 위법하고 비민주적인 모든 부당한 명령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빅5 병원’은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를 제외한 모든 진료과의 전면 휴진을 결정했다. 오는 17일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는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18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이 휴진한다. 세브란스병원은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
정부는 의협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고 “의업의 무제한 자유는 허용될 수 없다”며 “헌법과 법률에 따른 조치를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라는 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의사들의 집단 휴진 결의에 대해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상처를 남기고, 의료계와 환자들이 수십 년에 걸쳐 쌓은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생명권은 우리 국민의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기본권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미 복귀 전공의들에 대해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임을 명확하게 여러 번 약속한 바 있다”며 “환자 단체 분들은 의료계의 이번 집단 휴진 예고에 절망하고 있다. 교수님들과 의협 지도부 여러분께선 부디 이런 호소에 귀 기울이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