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경제계는 하반기 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정학적 갈등에 따라 에너지 및 운송 분야에서 공급망 불안이 경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9일 OECD 기업산업자문위원회(BIAC)의 ‘2024 경제정책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BIAC에는 한경협이 한국 경제계 대표로 참여 중이며, 이번 조사에는 OECD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의 99.9%를 차지하는 37개 국가의 대표 경제단체들이 조사에 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OECD 전체 회원국 경제단체의 59%는 올해 하반기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해 ‘좋음’으로 평가했다. 이어 보통(27%), 매우 나쁨(8%), 나쁨(6%) 순이었다. 올해 하반기 글로벌 경영 환경이 완만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경제단체들은 하반기 글로벌 거시경제에 가장 우려되는 요소로 ‘지정학적 갈등’(73%)을 가장 많이 꼽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중동 지역의 갈등이 고조된 데 따른 것으로 한경협은 분석했다.
지정학적 불안의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으로는 에너지(75%)와 운송(64%) 분야를 꼽았다.
특히 운송 부문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집계된 응답률(13.8%)보다 50.2%포인트 증가해 1년 사이 경제계의 불안이 급격히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운송비 부담 증가, 납품 지연, 물류 불확실성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한경협은 덧붙였다.
BIAC는 “지정학적 갈등이 인프라 개발과 이를 위한 국경 간 무역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운송장비 제조에 대한 영향까지 고려하면 동유럽 등에서는 물류뿐 아니라 관련 장비 교역에 대한 상당한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OECD 회원국 경제단체들은 올해 하반기 기업 환경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 전망했다. 전체 회원국 경제단체의 81%는 하반기 기업 경쟁력 환경이 ‘약간 개선될 것’이라고 답했다.
개선될 것으로 예측되는 기업 경쟁력 요인으로는 금융 재원 접근성(73%), 디지털 기술 도입(71%), 인프라 투자(65%) 등을 꼽았다.
규제 환경(10%), 노동력 및 기술 발전(18%)은 개선세가 가장 느릴 것으로 예측됐다. 구조 개혁이 필요한 부문으로는 디지털 전환과 인프라(75%), 인적 자원(68%), 공공 인프라(62%)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특히 인적 자원에 대한 응답률은 작년 대비 30%포인트 상승해 글로벌 경제계가 우수한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됐다.
BIAC는 “코로나19 이후 빠른 디지털화 등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가 일어나면서 기업들이 필요한 노동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글로벌 노동력 부족 현상을 ‘2024년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 톱 10’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구조 개혁 추진의 방해요인으로는 정치적 의지 부족(78%)과 개혁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63%)이 꼽혔다.
특히 ‘대중의 부정적 인식’에 대한 응답률은 작년 8%에서 55%포인트 증가해 세계 각국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구조 개혁 공감대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BIAC는 보고서에서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구조개혁 추진 노력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봉만 한경협 국제본부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교란 등 전례 없는 환경에서도 세계 경제가 회복하고 있지만, 완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내적으로는 기업 경쟁력 강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대외적으로는 지정학적 갈등 등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와 인재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