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황룡사배에서 중국과 일본 여자 기사들에게 충격적인 ‘6연패’를 당하면서 8명 풀리그에서 꼴찌 수모를 당했던 최정 9단이 국내 대회에서도 흔들리고 있다.
10일 밤 9시30분께 끝난 2024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 마스터스 8강전에서 한국 랭킹 29위 최정 9단이 242위 이슬주 2단에게 189수 만에 대마가 잡히면서 패배했다. 최 9단은 지난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디펜딩 챔피언, 이슬주 2단은 2006년생 신예 기사로 커리어 사상 첫 준결승 진출이다.
이슬주 2단은 지난 5월30일 16강전에서 일본 스미레 3단을 꺾고 8강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일본에서 프로가 된 이후 올해 3월부터 한국기원 소속 기사로 활동하고 있는 스미레 3단은 최근 ‘춘향배’ 우승을 차지하고 한국 여자 랭킹 7위까지 올라서는 등 화제를 몰고다니고 있었다.
최정 9단을 격침한 이슬주 2단은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뛴다”면서 “기분이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올해 초에 검정고시 공부를 했는데, 그 이후 바둑이 재밌다는 걸 느꼈다”고 재치있는 소감을 전했다.
이 2단은 “지금까지 이긴 상대들이 예전에 한 번도 못 이겨본 상대들”이라며 “준결승전 상대가 김채영 8단인데, 김 8단에게도 한 번도 못 이겨봤다.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대국에서 패배한 최정 9단은 다음달 랭킹에서 여자 1위 수성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2013년 12월부터 현재까지 128개월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는 최 9단이 랭킹 1위에서 내려온다면 일대 사건이 된다. 현재 랭킹 2위 김은지 9단과 랭킹 점수 차이는 단 70점에 불과하다.
4강으로 압축된 기업은행배는 이슬주 2단과 김채영 8단, 오유진 9단과 조혜연 9단이 우승 경쟁을 이어간다. 2024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마스터스 우승 상금은 30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200만원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