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구속에 ‘시계 제로’ 카카오…“AI·쇄신 작업 엔진 꺼져”

창업자 구속에 ‘시계 제로’ 카카오…“AI·쇄신 작업 엔진 꺼져”

- ‘SM 시세조종’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 23일 새벽 구속
- 창사 이래 최대 위기 맞은 카카오…AI 서비스 연내 출시에 ‘물음표’
- 전문가 “정신아 대표 홀로 결정 어려워”·“수장 부재에 고전 예상” 

기사승인 2024-07-23 14:31:14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됐다.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사업과 쇄신 작업 등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정석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새벽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가 약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엔터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일에 김 위원장이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사모펀드 대표 등은 구속기소 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는 상황이다.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박효상 기자

김 위원장 구속으로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카카오는 최근 AI 전담 조직을 ‘카나나’를 신설하며 AI 사업에 속도를 내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연내 카카오에 맞는 AI 서비스를 내는 것이 목표”라며 카카오톡과 연계한 AI 서비스 출시를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키’를 쥐고 있던 김 위원장이 구속되며 AI 사업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AI 사업은 막대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 위원장이 부재하게 되면서 향후 기술 개발 등을 위한 전격적인 투자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카카오가 AI 개발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인다. 국내 IT·통신 기업과 해외 빅테크들이 AI 개발·투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카카오만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내부의 어수선한 상황으로 지난해 자체 AI 모델인 ‘코GPT 2.0’의 공개가 무산되기도 했다. 

카카오가 주력해 오던 쇄신 작업도 마찬가지다. SM 시세조종 의혹과 카카오모빌리티 독과점·수수료 논란 등에 휩싸였던 카카오는 지난해 말부터 고강도 쇄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경영쇄신위원회와 외부 감시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를 설립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임직원과의 대화 자리에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하겠다”며 “회사의 이름까지 바꿀 각오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준신위에서도 △책임경영 △윤리적 리더십 △사회적 신뢰회복 등의 의제 관련 계열사에 개선방안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쇄신 작업을 진두지휘 하던 김 위원장이 구속되며 향후 방향이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카카오 CA협의체 공동의장인 정 대표를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AI 사업·쇄신 작업 등이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김 위원장이 구속되며 안타깝게도 AI 서비스와 쇄신 작업 등은 엔진이 고장난 상황에 처했다”며 “김 위원장 구속 기간 동안 카카오는 표류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카카오는 사실상 ‘봉건제’에 가깝게 사업을 운영해왔다. 각 계열사의 대표들이 ‘영주’로서 직할통치를 하면 김 위원장이 전체를 조율해왔다”며 “영주인 정 대표는 수천억원대 투자나 지분 매각 등의 최종 결정을 할 수 없다. 카카오가 동력 자체를 잃은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카카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그동안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존재감이 매우 컸다”며 “카카오의 AI 사업·쇄신 작업 모두 ‘올스톱’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카카오가 현재 굉장히 중요한 전환점에 놓여 있었는데 이러한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수장이 부재한 상태에서 당분간은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