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만 270만원 물렸습니다. 거의 일주일 째 아무것도 못하고 카드사, 결제대행업체(PG)사, 티몬에 돌아가면서 전화만 돌리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길어지네요.”
티메프 환불 지연 사태가 이어지면서 아직 돈을 환불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1일 한국소비자원은 티몬과 위메프에서 여행·숙박·항공권 환불을 받지 못한 피해 소비자 집단 분쟁조정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해당 신청은 4시간 만에 1200건을 넘겼고,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는 1732건을 기록했다.
소비자원은 “티몬·위메프와 관련해 가장 많은 상담이 몰린 여행 관련 상품부터 집단 분쟁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집단 분쟁 조정에 참가할 수 있는지 적격성을 확인해 보고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티몬을 통해 8월 중순에 출발하는 사이판 항공권을 구매한 A씨는 “하루 종일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며 “환불에 대한 뚜렷한 공지나 명확한 안내사항이 없으니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 채팅방에서만 정보를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행사를 통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카드사나 PG사는 전화 연결되는데까지 시간이 한참 소요된다”며 “연결이 돼도 형식적인 답변만 늘어 놓고 있어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금융권은 이날부터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의 소비자 결제 취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티몬·위메프의 물품 배송 관련 정보 자체가 PG사로 넘어오지 않았다”며 “저난ㄹ 오후부터 (배송) 정보가 PG사로 오고 있어 이르면 오늘 내일부터 환불이 점차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티메프에 입점했던 판매자들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티메프를 통해 정산받지 못한 대금이 적게는 몇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판매자들은 서울 강남경찰서에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목주영 큐텐코리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이사 등 4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날 고소에 참여한 17개 업체 관계자들의 피해 금액만 150억원에 달한다.
판매업체 대표 정주희 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저희는 힘들게 칫솔, 쌀, 의류, 완구, 휴지 등 일반 생활필수품을 겨우겨우 판매하는 영세 상인들”이라며 “각종 인터넷 비교 및 업체들의 할인 요청에 제살깎아먹기 식으로 전쟁과 같은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이어 정 씨는 “생업 때문에 당장 발 벗고 나서지 못하는 분들도 있고 피해 금액이 너무 커서 희망을 못 찾고 있는 이들도 있다”며 “안 좋은 말을 남기고 연락이 되지 않는 대표님들도 있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티메프사태 전담수사팀을 꾸린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전 티몬 본사, 위메프 사옥을 비롯해 모회사 큐텐그룹의 구영배 대표와 경영진 자택 등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