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 피서는 여기서 “산양이 기다리는 양구 두타연”

늦더위 피서는 여기서 “산양이 기다리는 양구 두타연”

- 산양과 열목어의 고향, 양구 두타연
- 70년 분단, 고립, 통제 속 지켜진 천혜의 원시림

기사승인 2024-08-09 06:00:04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8일 두타연 주차장 인근 숲속에서 어린산양이 싱싱한 풀을 뜯어 먹고 있다.
인간의 간섭이 없을 때 자연은 스스로 회복된다. 어린 산양은 철책으로 막히고 지뢰로 숨겨진 폭력이 사람은 물론 동물들의 왕래를 막고 있는 분단의 슬픔에 대해 항거하고 있다. 어서 자연을 회복하라고... 어서 평화를 이루라고... 

- 녹슨 철모 사이로 피어난 풀잎, 분단을 치유하는 힘
- 두타연 맑은 물과 녹음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산양의 눈망울

두타연은 금강산에서 발원한 수입천 지류의 민간인 출입통제선 북방에 위치하면서 금강산까지 32km 지점의 길목에 위치해 있다. 양구(楊口)는 버드나무 양(楊)에 입 구(口)를 써 ‘금강산 가는 길목에 버드나무가 많은 고을’ 이라는 뜻이다. 양구군에는 예부터 버드나무가 많았다. 두타연 물가 좌우에는 어린 버드나무로부터 자연의 원시림이 산 정상까지 해발 고도에 맞춰 이어지고 있다. 
입추가 지났지만 폭염은 여전히 기세등등이다.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깊고 푸른 소(沼)를 이룬 두타연은 강원도 양구를 대표하는 DMZ 여행지다. 생태 관광지 두타연은 50여 년 만인 지난 2003년 민간인에게 빗장을 열었다. 때묻지 않은 자연이 오롯이 살아 있는 청청 여행지 두타연은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 산양이 뛰놀고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 열목어 서식지이기도 하다. 

두타연은 한국전쟁 이후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50여 년간 출입이 통제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의 관섭이 배제되었던 곳이다. 양구군 동면 비아리와 사태리의 하류이기도하며 주위의 산세가 수려한 경관을 이룬다. 자연생태관광코스로 지난 2003년부터 개방되었다. 
두타연에는 맑고 시원한 물에 사는 열목어가 서식해, 입구에 열목어 조형물을 세웠다. 두타연 주위로 생태 탐방로와 조각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두타연 가는 길은 까다롭다. 두타연은 DMZ 안에 있기 때문에 개별입장은 불가하다. 당일 출입도 가능하지만 인원 제한이 있어서 사전신청을 권한다. 민통선 내에 위치해 출입신청을 해야 관광이 가능하며 하루 오전 3회, 오후 3회만 출입이 가능하다. 금강산가는길 안내소에서 신원확인을 마치고 육군 이목정부대 장병들의 차량점검까지 마쳐야 출입이 시작된다. 이제는 절차가 간소화 되어 하차하지 않는 조건으로 본인의 차를 이용해 두타연 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초소를 지나면 비포장도로 양편으로 녹슨 철조망에 ‘지뢰’라고 쓰인 역삼각형 경고 푯말이 이어져 괜스레 몸이 움츠려든다. 분단의 현실과 전쟁의 상흔을 떠올린다. 상념이 이어질 무렵 두타연주차장에 도착한다. 대기하고 있던 문화해설사가 능숙한 말솜씨로 두타연의 자연과 역사에 대해 설명한다. 

두타연은 천 년 전 두타사란 절이 있었다는데서 연유한 이름이다. 두타연의 주변으로는 관찰데크, 두타정, 조각공원 등이 조성되어 있다. 두타연 탐방 절차는 많이 간소화 되었다. 지정된 탐방로에 한해 해설사의 동행없이 개별 탐방이 가능해졌다. 
두타연주차장에 내리면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세하게 두타연에 대해 설명해준다.

두타연 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는 한 문화해설사는 “산양을 비롯해 수달, 고라니, 노루 같은 야생동물은 물론 땅 아래를 자세히 살펴보면 도룡뇽이 재빠르게 이동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탐방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까맣고 동그란 똥이 자주 보이는데, 주로 산양이나 고라니 똥”이라고 말했다.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국내 최대의 열목어 서식지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금강모치, 쉬리, 배가사리, 돌상어, 미유기, 꺽지의 집단 서식처로 확인되었다. 높이 10m의 계곡물이 떨어지는 폭포 아래 형성된 두타연은 20m의 바위에 둘러싸여 있으며, 오른쪽의 암벽에는 보덕굴이라는 3평 정도의 굴이 있다. 
생태 탐방로는 두타연을 내려다보는 전망대와 정자, 계곡을 건너는 징검다리와 출렁다리(두타교), 관찰 데크 등이 마련돼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다.

두타연 주변엔 총 3㎞에 이르는 생태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탐방로는 대부분 흙길에 매트가 깔려있다. 오르막길 등에는 나무데크가 설치돼 편안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물가엔 미루나무가 주를 이루고 버드나무, 오리나무,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신나무 등 활엽수들이 대부분이다.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녹슬고 구멍난 철모와 철조망이  이곳이 비무장지대임을 말해주고 있다.

탐방로 좌우엔 철조망이 이어진다. 철조망 군데군데에 녹슨 철모와 포탄 탄피, 지뢰 등을 모아뒀다. 탐방로 조성 당시 실제 출토된 것들을 그대로 전시한 것이다. 현수교인 두타교 출렁다리를 건너며 발아래를 흐르는 시원한 계곡 물소리와 아름다운 풍경에 저절로 감탄이 이어진다. 한편으로 분단과 대결의 아픔으로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온다.
두타연은 60여 년간 민간인 출입 통제지역으로 생태환경이 그대로 보존된 데다 DMZ 희귀 동식물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와 산양의 최대 서식지이기도 하다.

두타연 지역은 인적이 드물다 보니 천연기념물 산양도 주변 경계를 풀고 먹이를 먹는 모습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더위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일, 기자가 탐방을 마치고 두타연 주차장으로 돌아 왔을 때 어린 산양 한 마리가 주차장 건너편 넓은 들판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경계를 늦춘 산양을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다가가 카메라 렌즈를 클로즈 업 했다. 산양의 해맑은 눈동자에서 자연보호의 필요성과 분단의 아픔이 함께 비쳐졌다. 

양구 산양사향노루센터가 지난 2022년 가을에 방산면 두타연 일원에서 산양 8마리를 DMZ의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방사가 이어지면서 백두대간과 DMZ 등에 방사한 산양의 수는 대략 40마리에 이른다. 방산면 두타연 일원은 국내에서 산양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으로, DMZ 일원의 동서남북을 연결하는 생태축 역할을 하고 있는 양구의 산양 서식 핵심지역이다.
두타연 일원은 바위, 활엽수림, 수계 등이 분포해 있고, 먹이자원이 풍부해 산양 서식의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천연의 원시림을 간직한 두타연


 

두타연 주변에서 쉽게 관찰 할 수 있는 도룡뇽

금강산에서 발원한 수입천에 처음 손을 담글 수 있는 자리도 두타연이다. 상류에 오염원이 없어 물이 맑고 투명하다.  

 
한반도 모양으로 흘러가는 물살이 소에 떨어지면 하얗게 포말을 이룬다.

 

두타연의 절경을 감상하며 건너는 출렁다리
두타연은 2004년 일반에 개방하기 시작했고, 2013년부터 사전 허가 없이 당일 신청으로도 출입할 수 있다. 양구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사전 출입 신청을 하거나, 여행 당일 금강산 가는 길 안내소(구 이목정안내소)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신분증을 제시하면 인원만큼 출입용 목걸이를 받고, 차량 점검 뒤 두타연으로 들어간다.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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