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투자한 외국기업 과반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인 ‘노란봉투법’에 대해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인식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100인 이상 제조업종 주한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 인사노무담당자(응답 1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노조법 개정안 인식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55%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영향 없음 35%, 긍정적 10%다.
노조법 개정안의 쟁점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인식조사도 진행됐다. 개정안에는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를 넘어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하고 있다. 전체 기업의 59%는 ‘사용자의 개념 확대가 한국 산업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기업은 그 이유로 △도급계약 부담 증가로 노동시장 효율성 저하(27.3%)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어서 △하청노조의 원청에 대한 파업 증가(25.3%) △원·하청노조 간 갈등 야기(22.1%) 순으로 응답했다.
개정안에서 노조 가입범위가 확대된 것도 부정적으로 인식됐다. 개정안에서는 플랫폼 종사자와 자영업자 등의 노조 가입을 허용했다. 외투기업 62%는 노조 가입 범위의 확대가 한국 노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20%에 그쳤다.
노조 가입 범위 확대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빈번한 교섭 및 파업으로 사업 운영에 차질 발생(28.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외에도 △노무제공자 등의 무리한 교섭요구 및 파업으로 노사질서 교란(22.6%) △경영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기업 투자․고용 위축(18.6%) 등을 지목했다.
노동쟁의의 범위가 ‘근로조건’으로 확대된 것에 대해서도 경영권 침해를 우려했다. 외투기업의 68%는 노동쟁의 범위의 확대가 국내 산업현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조직개편 등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 침해(30.1%) △노사 문제를 파업으로 해결하려는 심리 확산(27.6%) △경영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고용 위축(18.7%) 등이 꼽혔다.
노조법 개정안이 시행될 시 한국 내 파업이 20% 증가하고 외국인 투자는 15.4%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경협은 노조법 개정안은 파업 확대로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심화시킬 우려가 커, 외투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재정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외투기업들은 노조법 개정안의 입법상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여야 간 충분한 논의 부족(26.0%)을 꼽아 국회 내 충분한 논의와 대안 마련 없이 진행된 일방적인 입법 처리과정을 지적했다. 이어서 △노조 측에 편향된 제도 입법 추진(24.0%) △노사 양 당사자 간 충분한 숙의과정 결여(23.0%) 등을 지목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노동쟁의의 범위 확대 등으로 대화를 통한 노사 간 협력보다 파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투쟁 만능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며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고 외국인 투자를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