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학년도 대학교 신입생 중 상당수가 전공을 확정하지 않는 ‘무전공’ 제도를 통해 입학한다. 무전공 신입생들의 선택은 인기 학과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는 대비책을 마련했지만 재학생들은 우려와 불만을 터뜨렸다.
무전공 제도는 학과를 정하지 않고 1년간 탐색 후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자율전공학부’ 등의 명칭으로 운영해 왔다. 선발 유형에 따라 완전 자유전공, 광역형 전공 선택으로 나뉜다.
이번 3월 신학기부터 전국 73개 대학에서 총 3만7935명이 무전공으로 입학한다. 홍익대(811명), 상명대(530명), 명지대(446명), 단국대(440명), 숭실대(439명), 광운대(408명), 경희대(406명) 등 대학에서 무전공을 대폭 확대했다. 202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무전공 선발’을 늘린 대학에 정부가 더 많은 지원금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중 국민대는 전국 최대 규모의 무전공 선발을 감행했다. 신입생 2966명 중 1140명(41.9%)이 무전공 입학했다. 828명은 완전 자유전공에 해당하는 ‘미래융합전공’과 ‘자유전공’이다. 정승렬 국민대 총장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종전 교육 체계에서 문제로 지적돼 온 학문 영역, 교육과정, 교과·비교과, 학년 간 칸막이를 뛰어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취지는 좋지만…‘학과 쏠림 현상’ 피할 수 없어
갑자기 덩치가 커진 무전공 제도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제한 없이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무전공 신입생들이 대학별 간판 학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전공 입학생의 인기 학과 쏠림 현상은 모든 대학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2024학년도 1학기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전공 선택 결과, 승인된 156명 중 45명(28.8%)이 컴퓨터공학과를 택했다. 경영학과(38명)와 경제학과(17명)까지 포함하면 세 개 학과에 전체 입학생의 66%가 몰렸다. 반면 언어학, 철학, 항공우주공학, 중어중문학 등의 학과는 1명씩만 선택했다.
국민대 무전공 신입생들은 학기 초에 ‘탐색전공’을 선택해 전공을 체험할 수 있다. 신입생 A 씨는 “(국민대 간판 학과라고 할 수 있는) 조형대학(미대)과 자동차융합대학에 무전공 신입생 70% 이상이 몰렸다”고 밝혔다. 또 “올해 조형대 신입생 정원은 작년의 세 배 정도”라고 설명했다.
대학 측은 쏠림 현상을 예상하고 대비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국민대 입학처는 ▲교육 인프라 확충 ▲데이터 기반의 사전 준비 ▲다양한 교육 방식 도입 ▲첨단 기술 활용 ▲수요예측 및 자원 재배치 등 5개 해결책을 제시했다. 학과 쏠림현상을 미리 예측하고 해당 학과에 기술 자원과 교육 인프라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무전공’이 ‘무대책’ 되지 않으려면
그러나 학교의 대비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사 안내는 특정 강의에 인원이 몰릴 시 온라인 수업 전환을 검토한다고 공지했다. 한 국민대 미대 재학생은 이에 “미대 특성상 1대1 대면 피드백이 중심이 되는 수업이 많다. 온라인 수업은 결국 학생 집중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미대 재학생은 “수업 수강인원이 너무 많고, 수강 신청도 어려워졌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학생 간 수준 편차 역시 우려된다. 대학생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에서는 “학과 지식이 전혀 없는 무전공 신입생들이 대거 유입되면 전체 학습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자동차융합대학 재학생들은 “문과 출신 무전공 신입생들이 과학탐구 과목을 듣지 않고 입학한다. 기초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공계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형평성도 문제다. 국민대 조형대학(미대) 게시판에는 “우리는 병원에서 수액 맞아가며 미대 실기 준비를 했다. 무전공 입학생들은 실기 없이 동일 학과를 선택할 수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 글이 인기글에 올랐다. 미대 등 특수학과는 실기시험을 보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 특정 과목을 응시해야만 입학이 가능했다. 무전공 신입생이 제한 없이 특수학과에 입학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성급한 제도 시행을 경고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인기 학과 쏠림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라며 “기존 자율전공제도에서도 항상 문제시됐던 사안”이라고 전했다. 또한 “제도가 너무 급하게 진행됐다. 학교나 정부에서 학과 쏠림 현상의 명확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임 연구원은 “이미 무전공 신입생을 대거 받은 만큼 대학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온라인 강의 등의 교육 인프라 지원은 한계가 명확하다. 전공 교육은 2, 3학년 때 더 중요해 이후에도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