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골리앗’ 상대 소송예산 맞나…편성 관행에 비상걸린 감독기관

‘빅테크 골리앗’ 상대 소송예산 맞나…편성 관행에 비상걸린 감독기관

-빅테크 감독기관, 집행 관행에 소송 예산 부족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승소율 91.2% 기록
-구글‧메타, 개보위에 1심 패소 후 지난달 항소
-올해 방통위 소송비 ‘0원’, 소송 지원팀 ‘6명’

기사승인 2025-03-10 12:28:11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지난 1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현안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소송전담팀 출범을 알리고 있다. 정우진 기자

글로벌 빅테크들을 상대하는 정부 부처들이 급변하는 산업 생태계에 발맞춰 제도 신설 및 관리 감독에 나서고 있지만, 뒤떨어지는 정부의 예산 집행 관행으로 인한 소송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24년 소송 동향’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법원 판결이 확정된 과징금 2조3876억원 중 95%에 대한 처분의 적법성이 확정됐다. 특히 지난해 법원 판단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전체 사건(91건) 중 공정위는 83건(일부승소 포함)에서 승소해 91.2%의 승소율을 기록했다. 또 전부승소율은 82.4%로 전년(71.8%)대비 10.6%p 상승하며 200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해 공정위의 행정 소송 수익 예산은 32억원으로 이중 변호사 선임료는 약 28억원이다. 올해 변호사 선임료가 6억원 인상돼 소송 관련 예산이 총 38억원으로 증액됐다. 공정위는 외부 변호인을 선임해 대응하고 있으며 60개 로펌이 연결돼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7년 이후 행정 소송 수익 예산은 큰 변동이 없었으나 올해 6억원이 오른 상황”이라며 “대형 로펌과 비교하면 많다고는 할 수 없으나 각 소송에 맞는 변호인을 선임해 대처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예산삭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립된지 40여년이 넘은 공정위의 경우 ‘경제 검찰’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소송 예산 역시 행정 집행에 불편함이 없는 규모로 편성돼 있다. 그러나 생겨난지 10여년을 갓 넘거나 그렇지 못한 기관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정부의 예산 배정 기준이 기관의 규모에 좌우될 뿐, 업무의 중요성에 대한 고려와 산업 변화에 따른 행정 범위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경우 지난해 빅테크 등과 연관된 소송 건수는 13건으로 2022년 5건, 2023년 11건 등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1월 구글과 메타가 제시한 시정명령 및 1000억원대 과징금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개인정보 실태 조사를 통해 양사가 이용자 동의 없이 온라인 활동 기록을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개인정보위는, 구글과 메타에게 각각 692억원, 308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개인정보위를 글로벌 빅테크라는 ‘골리앗’을 이긴 ‘다윗’으로 평가 받았다. 지난해 소송 예산 4억2000만원으로 이뤄낸 성과다. 이마저도 2023년 예산에서 두 배 증액된 것으로 올해는 동결됐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 구글과 메타는 개인정보위를 상대로 제기했던 과징금 및 시정명령 취소 행정소송에서 패소하자 고등법원에 항소한 상황이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정부 부처는 기업 등에 처분을 내리기 전 굉장히 고심하고 진행을 한다”며 “글로벌 빅테크 등과 비교하면 예산이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대응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사당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정은 더욱 좋지 못하다. 방통위의 소송비 배정예산은 지난해 3억2000만원으로 동결되며 추가 예산이 필요했던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올해는 ‘0원’으로 소송에 쓸 수 있는 비용이 아예 없다. 지난달 14일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방통위 소송비를 0원으로 만든 것은 대한민국에 수십억원, 수백억원의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소송 건수는 44건으로 전년(12건)대비 3배 이상 급증했으며 2021년 10건, 2022년 9건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이 중 방송심의와 관련된 소송은 30건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 

방통위는 지난달 변호사 자격이 있는 직원으로 소송 지원팀 태스크포스(TF)를 꾸렸으나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이라 보기 어렵다. TF팀의 인원은 6명, 실질적인 변호사 업무를 볼 수 있는 인원은 4명으로 한정된다.

방통위 내부에서도 소송비 전액 삭감에 대한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방통위의 국회 예산 편성은 사실상 소송에 대응하지 말라는 것보다 더 심한 처우”라며 “만약 소송에 질 경우 비난의 화살이 방통위에 돌아가겠지만 충분한 예산과 인력 없이 승소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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