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년 간 넷마블을 지켜온 권영식 각자대표가 사임했다. 권 대표의 사임을 두고 넷마블 네오 상장을 위한 시동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금 확보가 목표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모회사 넷마블의 기업 가치 저하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넷마블은 지난 7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주주총회 안건 공시를 통해 “회사 발전을 견인해 온 권영식 대표가 사임함에 따라, 기존 각자 대표 체제에서 김병규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넷마블 단독 대표 체제는 5년 만이다. 김병규 각자대표가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방침이다. 김 대표는 지난 2015년 넷마블에 합류해 전략기획, 법무, 정책, 해외 계열사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아왔다.
권 대표는 사임 후 경영전략위원회 주요 의사 결정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경영전략위원회는 넷마블이 올해 초 신설한 조직이다. 넷마블은 권 대표가 그간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회사 산하 개발사의 개발 역량 강화와 게임사업 전략에 기여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김 대표 단독 체제로 급변하는 대외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재도약을 위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고도 밝혔다. 변화하는 경영 방침·경제 상황에 따라 대표를 변경하는 일은 잦다. 그럼에도 권 대표 사임을 두고는 다른 목표가 더 주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넷마블네오 상장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상장은 권 대표의 오랜 숙제다. 그는 지난 2017년 “넷마블(당시 넷마블게임즈)은 자회사 중 건실한 네 곳을 상장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며 “지금 주가가 흔들린다고 해서 해외 기업의 인수‧합병을 멈추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권 대표가 꼽은 네 곳은 넷마블엔투, 넷마블몬스터, 넷마블넥서스, 그리고 넷마블네오다. 권 대표는 넷마블 대표 직책은 사임했지만, 넷마블네오 대표직은 유지한다.

넷마블네오는 지난해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를 출시해 넷마블 적자 흐름을 끊은 일등 공신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넷마블에게 9년 만에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리니지2 레볼루션’, ‘제2의나라: 크로스월드’ 등 흥행작을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넷마블네오 상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여럿을 꼽을 수 있다. 회사 브랜드 가치 향상, 자회사 독립성과 개발력 강화, 신규 투자자 유입 등이다. 핵심은 ‘자금 조달’이다. 넷마블은 현금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단기·장기 재무건전성 지표 모두 좋지 않다.
기업의 단기 재무 건전성 지표인 유동비율은 지난 2020년 이후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20년 111.5%였던 유동비율은 2021년 64.2%로 큰 폭으로 줄었다. 이후 2022년 43.5%, 2023년 47.5%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저조하다. 2020년 11%에서 2021년 6.2%로 줄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2022년 -3.91%, 2023년 -2.78%다. 지난해에는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흥행으로 영업이익률이 8.1%까지 개선됐다.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도 비슷한 모습이다. 2020, 2021년 10% 초중반이었던 EBITDA 마진율은 2022년 4.8%로 대폭 줄었다. 2023년 4.7%를 기록한 후, 2024년 13.9%로 큰 폭으로 올랐다. 문제는 2022년, 2023년 저하된 현금 창출력으로 재무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라는 점이다.
권 대표 사임 발표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2일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4만원 선이 깨졌다. 중복상장 때문에 모회사인 넷마블 기업 가치 평가가 왜곡될 수 있고,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장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향후 기업 발전 가능성이나 가치가 높아지는 등 전략적 목표와 현금 조달을 위한 재무적 목표”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선택 같다”며 “시장 반발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긴밀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