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과 고무는 우리 일상 어디에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재 중 하나지만, 글로벌 기후위기에 따라 때로는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받기도 한다.
해당 산업계에 놓인 과제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바로 ‘어떻게 진화하느냐’다.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진행되는 ‘국제 플라스틱·고무산업 전시회(이하 KOPLAS 2025)’는 이러한 과제를 안고 있는 업계의 AI·친환경 전환의 발돋움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올해로 28회를 맞는 KOPLAS 2025는 22개국 약 300개사가 참여했으며, 한국 소재・복합재료 및 장비전 및 국제 금형 및 관련 산업전과 함께 진행된다. ‘미래를 향한 순환, 지속 가능성을 그리다!’를 주제로 플라스틱 순환 경제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혁신적 솔루션·기술을 선보인다.

실제 현장에선 각 기업의 진화한 플라스틱 AI·자동화 솔루션을 볼 수 있었다. 비전 검사 소프트웨어 및 장비 제조기업 인티맥스는 사출된 제품을 검사하는 ‘INTIVI’ 시리즈의 MM, AI, GA 등 세 가지 제품을 선보였다. MM은 영상 등을 통해 기기가 해당 금형의 특성을 자동 학습해 금형 내 잔류 및 불량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인티맥스 관계자는 “기존 금형 감시 장비에선 제품별 특징을 사람이 입력해 줘야 했지만 이제는 기기가 자동으로 학습해 불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제품은 여러 형태, 색상, 재질 및 크기의 제품들을 하나의 장비로 검사할 수 있는 멀티 비전 검사 장비다. 다품종 검사가 가능하므로 ‘검사-적재-포장’ 절차 역시 간소화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GA 제품은 이러한 멀티 비전 검사 장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골프공 검사 장비로, 까다로운 골프공 불량 유형을 가려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골프공뿐만 아니라 추후 다양한 사출 제품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형관련기기 제조기업 아비만엔지니어링은 다관절 로봇 ‘ARO 시리즈’와 고속형 취출(완제품을 빼냄)로봇 ‘FRANCIA-U 시리즈’를 선보였다. 크기·무게별로 다양한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는 ARO는 자체기술력을 토대로 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며 기존 기기 대비 1.5배 빠른 속도와 자유로운 움직임을 특징으로 한다.

FRANCIA-U 제품 역시 직교 3축·3축 관절 모듈을 토대로 높은 유연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특히 고속 작업 환경에 특화됐다. 현장에 배치된 시연 모델이 굉장히 빠르고도 분주하게 물건을 나르고 있었다. 아비만 관계자는 “이 같은 유용한 모델들을 VNC(Virtual Network Computing, 가상 네트워크 컴퓨팅) 원격 접속으로 PC, 태블릿, 모바일 등에서 감시·조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시회에선 플라스틱 산업의 친환경 전환을 위한 움직임도 엿볼 수 있었다.
CXP(Cellulose-X-linked-Polymer) 목재 전문 제조기업 동남리얼라이즈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접시, 컵, 텀블러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 생활용품들을 선보였다. 열가소성을 지녀 플라스틱처럼 성형이 가능한 목재인 CXP는, 버려지거나 낮은 부가가치로 소비되는 임업부산물을 주원료로 한다. 동남리얼라이즈는 여러 해 연구를 거쳐 플라스틱과 혼합되지 않으면서도 변형이 적은 CXP 소재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동남리얼라이즈 관계자는 “CXP 1kg당 탄소 19.44kg를 저장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쓰임을 다하고 버리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 등 유해물질 배출을 저감할 수 있다”면서 “내구성과 난연성을 갖고 있어 기존 사출성형기에서도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 배치된 사출성형기에서 갓 제작된 컵에선 나무 향이 풍겼으며 오랜 기간 지속됐다.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전문기업인 도일에코텍은 생분해 플라스틱 컴파운드,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목분플라스틱 복합재(WPC) 등 미래를 위한 소재들을 선보였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미생물 작용을 토대로 300년가량 소요되는 플라스틱 분해 기간을 몇 개월 단위로 대폭 줄이는 역할을 한다. 나아가 도일에코텍은 사탕수수, 목재, 곡물 껍질 등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플라스틱 제작에도 특화, 각종 국책과제 수행 및 인증을 획득해 왔다.
도일에코텍 관계자는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친환경 관점에서도 점차 요구돼 가고 있는 추세”라며 “기술력도 과거 대비 빠르게 성장해 상업화 단계에 이른 수준”이라고 말했다.
KOPLAS 2025의 주최사인 한국이앤엑스 김정조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회는 ‘플라스틱의 순환경제와 지속 가능성 실현’이라는 비전을 중심으로, 단순히 기술과 제품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플라스틱·고무 산업이 직면한 도전과 변화 속에서 미래를 위한 해법과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장”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