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경고 “서울 집값 상승세…가계부채 확대 가능성도”

한은의 경고 “서울 집값 상승세…가계부채 확대 가능성도”

기사승인 2025-03-27 18:20:39
한국은행이 집값 오름세 확산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27일 서울 시내 아파트 등 주거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국내 부동산 관련 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약 2682조원까지 불어났으며, 이 중 절반가량은 가계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집값 오름세 확산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 가능성, 취약 자영업자 차주 연체율,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을 한국 금융시장의 잠재 위험으로 지목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채택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 설명회에서 “최근 일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다시 빠르게 상승하고 여타 지역으로 확산하는 움직임”이라며 “안정세를 보였던 가계부채 증가 폭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대출 잔액 급증…절반이 가계대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중 부동산 관련 대출 잔액은 2024년 말 2681조6000억원으로 추산됐다. 2023년 말보다 122조1000억원(4.8%) 증가한 규모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105.2%로 집계됐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국내 부동산 부문 충격이 금융기관과 금융투자자 등 경제주체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손실 규모로 대출과 보증, 금융투자상품 등으로 구성된다.

가계 부동산 대출 잔액은 1년 새 3.6% 늘어난 130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관련 대출에서 가계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8.8%에 달한다. 상업용 부동산 등 비주택 담보대출이 상가 공실률 상승 등 시장 여건 악화로 감소세를 지속했으나, 주택담보대출이 증가세를 보였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특히 가계 부동산 대출 중 정책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0년 말 17.0%에서 지난해 말 23.7%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일반기업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694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비주담대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늘면서 1년 전보다 11.3% 증가했다.

일반기업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69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말보다 11.3% 늘었다. 부동산·건설업종 기업 대출은 1.8% 늘어난 623조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 187조3000억원)의 경우 구조조정 등 영향으로 전년 대비 11.8% 감소했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토허제가 2월 중순 해제가 된 이후로 주택 거래량은 많이 늘었는데, 가계부채에 한달 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4~5월까지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냥 두면 또 풍선 효과로 인해 주변 지역 가격이 다 올라가고 가계 부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안정 상황(2025년 3월)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빚으로 버티는 취약 자영업자, 대출빚 125조 넘겨

한은은 가계부채 외에도 △취약 자영업자 차주 연체율 △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주요 금융안정 리스크로 지목했다.

지난해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 차주는 42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1000명 증가했다. 전체 자영업자의 13.7%다. 취약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125조4000억원으로 1년 간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취약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11.8%를 차지한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67%까지 올랐다. 코로나19 이전의 장기평균(2012~2019년·1.68%) 수준이다.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11.16%다.

최근 2년 동안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오른 배경으로는 높은 대출금리와 서비스업 경기 부진에 따른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등이 거론된다.

한은은 미국 신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점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부총재보는 “우리 금융 시스템은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높은 불확실성 하에서 낮은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내외 충격 발생 시 금융시장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특히 최근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환율과 관련해 장정수 국장은 “미 달러 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계속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다”며 “외환 수요 우위가 지속되고, 미국 신정부의 관세 정책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 대내외 요인이 환율의 하방 경직성을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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