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 2조5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국가인공지능(AI)컴퓨팅센터 사업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공공보다 낮은 민간 지분율 등의 이유로 사업 참여를 망설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분율 변경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19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 설명회에 100여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대부분 참여 의향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AI 컴퓨팅 센터는 AI 시대에 핵심 인프라 경쟁력을 국가적 차원에서 확보하기 위해 추진 중이다. 민‧관 합작 투자를 통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정책금융 대출 등을 활용한다.
센터는 비수도권에 6년간 최대 2조5000억원을 투입해 1엑사플롭스(EF) 이상 규모로 계획됐다. 센터 개소는 2027년을 목표로 한다. 1EF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 1만5000장을 사용할 수 있는 성능이다.
국가 AI컴퓨팅 센터에 참여를 원하는 기업은 이달 19일부터 30일까지 사업참여계획서 접수해야한다. 이후 기업에 대해 금융 심사를 거쳐 통과한 경우 SPC를 설립할 계획으로 10월 안에 설립 완료가 목표다.
과기정통부는 SPC 설립 시 지분을 공공 51%, 민간 49%로 정했다. 또 손해배상 지침도 포함시켰다. 해당 조항들로 인해 참여 의향서를 보낸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민간 비율이 49%로 공공보다 낮기 때문에 결정권이 정부 쪽에 있는 셈”이라며 “민간 입장에서는 정부에게 관련 정보만 넘기고 맡겨야 하는 상황인데 예상했던 것보다 AI에 대한 수요가 없다면 비용만 지출하게 돼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참여 의향서를 제출한 업계 관계자는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 참여 의향서를 낸 후 과기정통부와 계속 논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내부적으로 확정되진 않은 상황이지만 다른 업체들과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의향서를 제출한 기업들은 해당 조항들이 부담스럽지만 차후 공공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눈치를 보고 있다. 또 손해배상 지침으로 인해 민간사업자는 사업 중간에 발을 빼기도 힘들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 설명회에는 1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하는 등 현재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해당 사업이 1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어느 정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여 희망 기업들과 논의를 하겠으나 SPC 비율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기에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불만에도 AI 컴퓨팅 센터 구축 사업 등 AI 인프라 확충은 필수 조건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에 따르면 국내 AI 기업의 53%가 컴퓨팅 자원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전문가들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지금은 AI와 관련해 사회적 합의를 논의할 때가 아닌 집행해야할 시기”라며 “다른 국가는 치고 나가는 상황이기에 정부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끌고 나간 후 기업을 설득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지난 1일 1조9067억원 규모의 AI 분야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 제출안 대비 618억원 증액된 규모다. 조속한 AI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위해 1조6341억원의 예산을 신규로 투자해 클러스터링 기반의 첨단 GPU 1만장 분을 연내 확보한다. 또 민간이 보유한 첨단 GPU 3000장 분량을 임차해 활용도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13일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주재로 ‘제4차 AI컴퓨팅 인프라 특별위원회’를 개최해 첨단 GPU 확보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특별위원회는 연내 GPU 지원 착수를 목표로 민관 협력 등을 통해 GPU 구매, 구축, 사용에 이르는 전주기 절차에 거쳐 ‘첨단 GPU 확보 추진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지한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뜻을 모았다.
유 장관은 “첨단 GPU 확보는 한국 AI 생태계 혁신의 시작”이라며 “민관이 협력해 연내 GPU 확보, 국내 AI 생태계 대상 GPU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며 신속한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이 한국의 AI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