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혁신 속 흔들리는 ‘종양내과’…“의정사태에 번아웃”

암 치료 혁신 속 흔들리는 ‘종양내과’…“의정사태에 번아웃”

대한종양내과학회, ‘춘계심포지엄 및 정기 총회’ 개최
높은 업무 난이도·전문성에 수련 포기
“암 치료 여정 이끌어나갈 의사 줄고 있어”

기사승인 2025-05-17 06:00:06
대한종양내과학회는 16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2025 춘계심포지엄 및 정기 총회’를 개최하고 종양내과의 현실과 미래를 조명했다. 신대현 기자

첨단 항암 신약의 등장으로 암 치료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수천만원의 고가 항암제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며 환자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혈액종양내과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높은 업무 난이도와 전문성이 요구됨에 따라 젊은 의사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지속 가능한 암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대한종양내과학회(KSMO)는 16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2025 춘계심포지엄 및 정기 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선 학회 창립 20주년을 맞아 암 치료의 변천사부터 정책 개선 측면까지 폭넓은 논의가 이뤄졌다.

암 치료 환경은 긍정적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72.9%였다. 암환자 10명 중 7명은 암을 진단받은 뒤 5년 이상 생존했다는 의미다.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01~2005년에 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상대생존율(54.2%)과 비교해 18.7%p 높아졌다. 정부는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암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비급여 항암약물을 기존 항암요법과 병용해도 건강보험 혜택이 유지되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하면서 임상 현장의 치료 선택 폭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엔 종양내과가 많은 기여를 했다. 종양내과는 폐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췌장암 등 대부분의 암 환자를 진단하고 항암약물을 활용해 치료하는 전문 진료과다. 그러나 치료 기술의 진보와 달리 이를 책임지고 있는 종양내과의 현실이 밝지만은 않다. 종양내과는 암 치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중요한 의료 분야이지만, 높은 전문성으로 인해 내과 전공의들 사이에선 기피과로 여겨진다.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의정갈등 사태로 인해 종양내과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방영주 서울대병원 명예교수는 이러다가 상급종합병원에 종양내과 의사가 없는 현실이 올까봐 심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방 교수는 “종양내과 의사는 암환자가 고민하고 있을 때 답을 줄 수 있는 전문 인력으로, 미래에는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며 “종양내과 의사 수를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석재 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모든 종양내과 교수가 열심히 진료를 보고 있으나 이젠 임계치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번아웃을 호소했다. 허 교수는 “항암치료는 단순히 약물로 암환자를 치료하는 일이라고 여겨지는데, 종양내과 의사들은 항암치료를 암환자와 의사가 함께 완치까지 향하는 여정이라고 표현한다”면서 “의정사태로 암 치료 여정을 이끌어나갈 선장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내과 전공의들 중에서 종양내과를 맡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지 걱정된다. 의정사태가 풀린다고 해도 쉽게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면서 “수많은 건강보험 재정이 항암제 급여화에 들어가고 있을 만큼 암환자에 대한 국가 지원이 확대됐다. 이젠 종양내과 의사들의 번아웃을 막기 위한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상철 순천향대 천안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도 “암환자는 증가하는데 종양내과 전문의는 감소하고 있다”며 종양내과의 필수진료과 지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의정갈등 상황에서 종양내과는 암 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환자 진료에 치중하느라 진행하던 연구는 모두 멈췄고 수련은 붕괴돼 향후 전문 인력 공백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종양내과 인력 부족은 향후 암 진료의 전문성과 연구역량 악화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라며 “암환자 수, 중증도, 암 발생률 및 사망률 등을 고려할 때 종양내과의 필수진료과 지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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