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급하게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탓에 각 정당 후보들의 공약 속에도 빈틈이 보입니다. 큰 전환점을 맞고 있는 한국 산업의 미래는 땜질 처방이 아닌 자율 혁신으로 기약할 수 있습니다. 전 정부가 놓치고 있던, 새 정부에 바라는 산업 정책 방향들을 짚어봤습니다. |

다음 달 3일, 21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다음 정부의 공약 등 행보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그동안 전임정부를 비판하다 허무하게 끝난 윤석열 정부 이후 차기 정부에 ‘민생 회복’과 더불어 ‘기능 정상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합성니코틴’이 청소년 건강·과세형평성·전담부처 등으로 논란되며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교육계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그동안 ‘12·3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늦춰진 ‘합성니코틴’을 규제해아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합성니코틴은 화학물질 합성을 통해 인공적으로 제조한 니코틴이다. 통상 액상형 전자담배 용액 등에 사용된다. 특히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아 청소년 판매제한 등 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로 제조한 것이다. 인공 제조한 합성니코틴은 포함되지 않는다.
규제 없이 들여오는 저가형 용액은 성분도 알기 어렵다.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 제출받은 ‘합성니코틴과 연초니코틴의 유해성 비교·평가 연구’ 최종 결과에 따르면, 합성니코틴 원액에는 유해물질(발암성·생식독성 등)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니코틴 원액에서는 유해물질 45종이 리터당 1만2509mg 검출됐다. 반면 합성니코틴 원액에서는 41종 2만3902mg이 나왔다. 미국·영국·캐나다 등 국외 액상 전자담배 관리 방법과 같이 합성니코틴과 연초니코틴을 구별하지 않고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 ‘고삐 없는’ 합성니코틴, 청소년 건강 ‘악영향’
청소년들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육환경 보호구역’으로 200m 내에서 담배를 판매할 수 없는 학교 인근에도 전자담배점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쿠키뉴스 취재 결과 서울 내 강남·노원·동대문·마포·영등포구 등에 위치한 학교 주변에서 쉽게 전자담배점을 찾을 수 있었다.
전자담배 기기장치와 담배 형태 흡입제류는 모두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유해약물 및 청소년유래물건’으로 지정돼 있다. 때문에 청소년유해약물·물건은 ‘19세 미만 판매 금지’ 등 청소년유해표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온라인 등에서 판매되는 해당 제품들은 대부분 이 같은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청소년단체들도 적극적으로 규제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청소년 및 학부모 18개 단체로 구성된 청소년지킴실천연대는 “국회와 정부 방치로 합성니코틴은 경고문구 표시, 온라인 판매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며 “청소년들에게 온라인 쇼핑몰 및 무인 담배자판기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소년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심각한 중독 현상을 유발하는 니코틴 뿐만 아니라 수천 가지의 독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합성 니코틴을 반드시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과세 못하는 합성니코틴 담배…기관별 기준도 달라
합성니코틴이 담배에 포함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는 비단 청소년 건강뿐만이 아니다. 합성니코틴 담배는 과세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담배는 담배사업법에 따라 △개별소비세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등이 적용된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기재부·관세청·식약처·전자담배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입법 공백으로 인해 지난 4년간 합성니코틴 담배에 부과하지 못한 제세부담금은 3조3895억원으로 추정된다. 각각 △2021년 5358억원 △2022년 9891억원 △2023년 1조1249억원 △지난해 8월 기준 7397억원 등이다.
조세 회피 목적으로 천연니코틴을 합성니코틴으로 허위 신고해 수입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김영주 전 국회부의장이 지난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1월부터 2023년 7월까지 9개월 동안 천연니코틴을 합성니코틴으로 허위 신고해 적발된 건수는 110건에 달한다. 약 1000만 명이 동시 흡연할 수 있는 분량이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합성니코틴이 포함된 전자담배에 과세를 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월 발표한 ‘전자담배 규제 관련 쟁점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지난 2022년부터 담배 정의에 합성니코틴이 포함되며 식품의약청(FDA)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또 지난해 9월 기준 33개 주에서 전자담배에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다. 2010년부터 전자담배에 과세를 시작한 미네소타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세율인 도매가의 95%를 부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승현 국회입법조사처 재정경제팀장은 보고서를 통해 “전자담배의 유해성 및 중독성에 대한 현재까지의 연구 및 사례들을 검토한 결과, 연초 또는 니코틴에 대해 규제 및 과세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며 “세율은 전자담배 사용이 궐련담배 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과 궐련담배의 대체재로 사용될 가능성 모두를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기관 발표마다 액상의 사용량이 천차만별로 다른 등 정확한 용량 등의 기준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자담배협회총연합회는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담배시장 동향’에서 전자담배 액상 1.95ml 용량을 담배 4갑으로 산정해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기관 별 액상 사용량의 1개비 기준도 모두 다르다. 담배 1갑(20개비) 기준 국회는 1.6ml로 봤다. 이어 식약처(1ml), 한국지방세연구원(0.7ml), 질병관리청(4ml), 국제특성성분연구소(5ml), 기획재정부(0.4ml) 등이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관계자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사용하는 기기와 액상 니코틴 농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소모량을 가지고 있다”며 “이 같은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종량세의 경우 과세형평성의 문제 제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담배사업법 개정을 추진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어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소위원회 위원장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반대 의견을 내비쳐 통과는 무산됐다. 회의록에서 정 위원장은 “청소년 건강을 지키는 것도 있지만 억울한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현재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합성니코틴 담배를 관리할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연합회는 “합성니코틴이든 천연니코틴이든 모든 니코틴은 각성 효과, 중독 효과 금단 증상을 발생시키는 물질”이라며 “규제 지연은 일부 합성니코틴 수입업자를 위한 것이지, 국민건강과 소상공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업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한 전자담배업 관계자는 “담배 사업자들도 정당한 규제를 통해 제도권에서 사업을 하고자 하기 때문에 규제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며 “규제 지연으로 청소년 건강·세금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 차기 정부에서 규제 공백을 적극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