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빌트인(붙받이) 가구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로 기소된 가구업체들과 전·현직 임직원들이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은 담합 혐의가 증명되지 않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선고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부장판사)는 건설산업기본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샘·한샘넥서스·에넥스·넥시스·우아미·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 등 7개 가구업체 임직원 중 최 전 회장을 제외한 10명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같이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각 법인에는 1억∼2억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각 범죄 사실을 발주처 구분 없이 포괄일죄(수 개의 행위가 한 개의 구성요건에 해당해 하나의 죄가 되는 경우)로 본 1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일부 범죄 사실은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1심과 동일한 형량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민간 입찰의 공정성에 대한 일반의 신뢰와 입찰 시행자인 건설사들의 최적 계약 선택권을 침해했다”며 “특판 가구 시장의 담합이 장기간 지속해 고착해 실효성 있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 피고인 대부분은 입찰 담합이 이미 시작된 후 해당 업무를 맡게 돼 이전 관행을 중단하지 않고 지속해 오는 등 적극적으로 제안을 주도하지는 않았다”며 “건설사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입찰 제도 운영방식이 범죄가 지속되는 데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최 전 회장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임직원들이 최 전 회장에게 직접 보고한 사실이 있다는 사실 또는 증언 진술을 찾아볼 수 없다”며 “공모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한샘 등 8개 가구업체는 지난 2014∼2022년까지 24개 건설업체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 현장 783건의 주방·일반 가구공사 입찰에 참여해 낙찰예정자와 입찰가 등을 합의해 써낸 혐의다. 담합한 입찰 규모는 약 2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심에서 함께 유죄가 인정됐던 넵스는 항소하지 않아 항소심은 7개 업체에 대해서만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