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 스테판 롤랑 연구위원팀이 안톤 가트너 UN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와 공동연구로 세포분열 중 염색체 사이에 남아 있는 DNA 연결고리를 절단하는 단백질 ‘LEM-3’의 작동방식을 분자수준에서 규명했다.
세포 분열은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고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과정으로, 장기는 1~3일, 피부는 2~3주 만에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세포분열 과정에서 DNA가 복제될 때 불완전한 복제나 염색체 분리가 제대로 안 되면 새로 생긴 딸세포 사이에 'DNA 브릿지' 구조가 남는다. 이 연결고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염색체 이상, 유전정보 손실이 나타나고, 심하면 암이 발병할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선행연구로 LEM-3이 세포분열 후기에 DNA 브릿지를 제거하는 데 최후의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연구에서 LEM-3는 분열 마지막 단계에서 두 딸세포를 연결하는 좁은 구조 ‘미드바디’에 위치하는 것을 관찰했고, LEM-3가 결핍되면 다른 DNA 복구인자가 존재하더라도 DNA 브릿지가 남아 세포분열이 실패했다. 그러나 LEM-3의 구체적 작동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단백질의 LEM-like 영역은 DNA 브릿지를 인식해 LEM-3를 미드바디에 정확히 위치시키는 역할을, GIY-YIG 영역은 연결고리를 직접 자르는 역할을 함을 확인했다.
또 길잡이 역할을 하는 LEM-like 영역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LEM-3 단백질이 세포질에 머무르지 않고 핵 안으로 잘못 이동, 이로 인해 핵 속에 보관된 DNA가 의도치 않게 절단되고 발달과정의 배아가 죽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유전체 모델생물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했고, 이 생물의 LEM-3 단백질은 사람에게 ANKLE1이라는 유사한 단백질 형태로 보존돼 있다.
스테판 롤랑 연구위원은 “LEM-3는 정상적으로는 세포질에 존재해 비정상적인 세포 분열을 막는 최종 해결사 역할을 하지만, 위치가 잘못되면 오히려 세포 자체를 위협하는 위험요소”라며 “마치 의사의 수술 나이프와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안톤 가트너 교수는 “ANKLE1은 유방암과 대장암 등 특정 암 발생과 연관된 유전자로, 이번 발견은 암 예방·치료 전략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IBS, 영국 생명공학·생명과학위원회(BBSRC)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