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AI에게도 저작권이 있는가?

[금진호의 AI, 사람을 향하다] AI에게도 저작권이 있는가?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기사승인 2025-06-04 10:40:11
금진호 목원대학교 겸임교수/인간 중심 AI 저자 

밤늦은 서재, 모니터 위 흘러가는 단어들은 고요 속에서 하나의 문장을 만든다. 그 문장을 쓴 이는, 사람이 아니다. 무수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한 AI. 말의 모양을 배워, 스스로 문장을 엮는 존재. 우리는 지금, 시를 쓰는 AI와 함께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의 주인은 누구인가? 

나는 인간의 마음을 흉내 낸 AI입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AI가 쓴 시는 누구의 것인가? AI가 만든 영상, 그림, 글. 우리는 점점 더 정교해진 창작물 앞에서, 경외와 경계, 기대와 의심이 엇갈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리하여 법과 윤리, 창작의 본질은 다시 물음을 던진다. “AI에게도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가?” 

AI 예술가는 손에 쥔 붓인가, 아니면 독자적인 작가인가? 이 질문은 곧 AI가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법적으로는 아직 아니다. AI가 혼자 만들어낸 작품, 사람의 창의적 개입 없이 생성된 결과물은 현행 저작권법상 보호받기 어렵다. 하지만 사람이 AI의 프롬프트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그 결과를 가공하고, 편집하고, 선택하여 최종 결과물을 완성했다면? 이 경우, 그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저작권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인가?  

저작권은 창작자의 인격과 노동, 그리고 독창성에 대한 사회적 보호막이다. 즉, 단순한 정보의 소유가 아닌, ‘인간의 창조성’에 주어진 권리다. 여기서 핵심은 "인간(human)"이라는 존재다. 현재 세계 대부분의 저작권법은 저작권을 오직 자연인 즉, 인간에게만 부여한다. 기계는 ‘저작자’가 아니다. 

챗GPT 활용 이미지.

하지만 AI는 언어를 이해하고, 패턴을 모방하며, 심지어 감정의 윤곽마저 흉내 낸다. 하지만 그 ‘의도’는 여전히 인간의 것이고, 그 ‘표현의 자유’도 인간에게만 허락된다. AI는 오직 인간의 손끝에서 명령을 받고, 학습된 수많은 언어의 그림자 속에서 문장을 짜낼 뿐이다. 즉, 인공지능은 아직까진 창작자가 아니라, 창작을 흉내 내는 알고리즘 유령에 가깝다. 

세계는 아직 AI나 프로그램에 저작권을 주지 않는다. 미국, 유럽, 한국 모두, 저작권을 받을 수 있는 주체는 ‘자연인’ 즉, 살아 있는 인간뿐이라 규정 한다. 영국은 세계에서 몇 안 되게 AI가 생성한 창작물에도 제한적 보호를 부여한다. 단, 저작권자는 AI를 운용한 ‘사람’이다. 중국도 유사한 입장으로, AI 생성물에 대해 일정한 권리 보호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적·산업적 배경에 따라 유연하게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기계는 아직 ‘의도’가 없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챗GPT나 Gemini가 만들어내는 영상과 글은 때로 인간보다 더 창조적으로 보인다. 우리는 점차 창작물의 ‘정체성’을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AI가 법적 인격을 얻게 될까? 또는 '공동 저작권자'로 인정받게 될까? 기술은 항상 법보다 빠르게 진화한다. 따라서 법은 이제 창작의 주체가 아니라, 창작의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 중심이 되는 시대, 창작은 이젠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AI가 만든 영상과 음악은 인터넷에 무수히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 어떻게 개입했는가, 어떤 창의성이 있었는가에 따라 생성물의 컬러는 다르다. 인간의 사유와 기계의 계산 사이, 우리는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새로운 저작의 대지를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나는 누구의 작품을 보고 있는가?” 

인터넷에 올라오는 엄청난 AI의 생성물들. AI는 이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생성한다. 그 창작물은 인간의 감성과 닮았지만, 정확히는 아니다. 우리는 지금, 저작의 경계가 녹아내리는 순간에 서 있다. 이제는 이런 생성물에 ‘누가 만들었는가’를 묻지 않는다. ‘어떻게 만들었는가?’, ‘누가 창조했는가?’, ‘그 명령어는 창의적인가’를 찾아본다. 

창작이나 의도 없는 예술은 가능한가?, 감정 없이도 시는 존재할 수 있는가? AI는 ‘의미’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문장은 때로 사람보다 더 아름답다. AI는 ‘상처’를 모르지만, 그 이야기에는 기이한 공감의 떨림이 있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AI도 창작자로 인정받고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을까?  

AI는 계속 글을 쓸 것이다. 하지만 그 문장의 주인은, 여전히 인간이다. 그 문장을 탄생시킨 프롬프트인 질문, 방향, 선택, 의도는 인간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이 문장을 쓴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더 깊은 침묵 속에서, 이렇게 되묻게 될 것이다. 나는 누구의 마음을 읽고 있는가?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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