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위가 점차 격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체포 작전에 반발하는 집회와 시위는 이날 오전에도 나흘째 이어졌다.
특히 지난 6일 불법 이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ICE의 급습을 저지하려다 함께 체포된 데이비드 후에르타 서비스노동자국제연맹 캘리포니아 지부 의장이 검찰에 기소돼 법원에 처음 출석하는 일정이 이날 오후 예정돼 있어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노조원들이 도심으로 집결하고 있다.
후에르타 의장은 중범죄에 해당하는 공무집행방해 음모 혐의로 기소됐다.
짐 맥도널 LA 경찰국장은 전날 밤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목격한 폭력은 역겨운 수준”이라며 “이 사태가 시작된 이후로 폭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맥도널 국장은 “첫날 밤에 발생한 상황도 이미 심각했지만, 그 이후로 점점 더 악화하고 폭력성이 커지고 있다”며 “오늘 밤에는 경찰관들에게 상업용 화약을 이용한 폭죽을 발사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것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 일반인으로 구성된 시위대 가운데 상습적으로 폭력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끼어 있다”면서 “현장에서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낮에 합법적으로 이민 단속 문제에 대한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NBC방송은 이번 시위가 시작된 지난 6일부터 사흘간 경찰에 체포된 인원은 총 56명이라고 보도했다.
경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도심 일부 상점에서 약탈이 일어나 조사 중이라고 밝히면서 이 약탈에 시위대가 관련돼 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LA에서 촉발된 시위는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 워싱턴DC 등 다른 대도시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당국에 따르면 전날 샌프란시스코의 이민국 청사 밖에서 열린 시위 현장에서도 폭력 행위 등 혐의로 약 60명이 체포됐다.
LA 시위는 지난 6일 ICE 등 당국에 소속된 요원들이 다운타운의 의류 도매시장과 홈디포 매장을 급습해 이들 지역에서 일하는 불법 이민자 44명을 체포 및 구금하면서 촉발됐다.
시위대는 체포된 불법 이민자들이 구금돼 있는 연방 구금센터 주변과 히스패닉계 주민들이 다수 거주하는 패러마운트 지역 등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진압을 목표로 캘리포니아주 방위군 2000명을 LA 시위 현장에 투입하도록 명령했으며, 현재 주 방위군 300명이 주요 시위 지역에 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