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지금이 전자책리더기를 사야할 때일까? 결론은 없지만, 힌트를 드린다면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내년에 ‘올 컬러 비디오 전자책리더기’가 나올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애플이 내년 1월, 즉 다음달에 리더기를 발표할 예정이며, 아수스 후지쓰 등 노트북 제조업체들도 리더기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의 킨들을 비롯해 반스엔노블의 누크, 소니의 리더, 아이리버의 스토리, 삼성의 파피루스까지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리더기는 모두 흑백 화면을 제공하며, 대부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개발한 eInk 기술을 이용한다. eInk는 흑백 입자를 이용해 낮은 전력으로 화면을 구성하는데, LCD와 달리 백라이트(화면에서 앞으로 쏘는 빛)가 없어서 눈이 편안하다. 명암은 약 6단계까지 표현할 수 있어 흑백사진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화면이 한번 바뀌는데 약 0.5초 정도 걸려 동영상 구동은 불가능하고, 책을 읽는데도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
비록 올해 아마존의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500만대의 리더기가 팔리긴 했지만, 대중화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진정으로 대중이 원하는 것은, 컬러 화면에 동영상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화면을 바꿀 수 있고 또 눈에도 편하면서 전력도 적게 사용하고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리더기다.
아쉽게도 현재까지 시중에 나와있는 기술 중에는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은 없다. 하지만 수많은 기업들이 이런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몇몇은 내년 중에 시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까지 왔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놀랍게도 그 업체 중에는 퀄컴도 있다. CDMA 원천기술로 한국에서 돈을 자루로 퍼담고 있는 바로 그 퀄컴이다. 퀄컴이 개발한 ‘미라솔(mirasol)’은 2장의 거울 사이로 빛을 통과시켜 화면을 만드는 신기술이다. 컬러화면에 동영상도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전력 소모량은 LCD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빛의 반사도 크게 줄였다. 이미 휴대전화나 자동차 네비게이션에 사용할 수 있는 크기로 개발됐다. 퀄컴의 짐 케시는 내년 중에 미라솔 디스플레이를 갖춘 리더기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퍼펙트라이트라는 신기술을 사용하는 또 다른 디스플레이로 픽스트로닉스(Pixtronix)라는 것도 있다. LCD처럼 빨강 파랑 초록 3가지 빛으로 컬러 화면을 구성하는데, LCD보다 빛 투과율을 높여 전력 사용량을 줄였다. 픽스트로닉스는 1초에 1000장의 화면을 보여줄 수 있어 동영상을 충분히 구현한다.
필립스도 신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필립스는 물과 기름을 이용해 영상을 구현하는 리쿼비스타(Liquavista)로 eInk보다 훨씬 선명한 6인치 흑백화면을 이미 선보였으며, 컬러화면도 실현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가장 대중화되기 쉬운 조건을 가진 것은 LCD다. 애플이 내놓을 타블렛 모양의 새로운 리더기는 LCD 디스플레이를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수스도 LCD기반의 리더기를 개발했다. LCD의 문제점은 전력소모량이 높고, 오래 보면 눈이 아프다는 점이다. 최근 각광 받는 OLED는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 아직은 값이 비싸고 리더기 화면 크기를 구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후지쓰는 콜레스테롤LCD에 기반한 리더기 플레피아(Flepia)를 이미 판매하고 있다. 콜레스테롤LCD는 기존의 LCD에 필요한 백라이트 없이도 컬러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 플레피아 가격은 1000달러(약 120만원)이다. 화면이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도 2초 정도로 eInk보다 훨씬 길다. 동영상 구현은 불가능하고, 책을 읽는데도 무지 답답할 정도다.
이코노미스트는 리더기용 차기 디스플레이의 유력한 대안으로 픽셀치(Pixel Qi-氣)를 소개했다. 픽샐치는 기존의 LCD 생산설비를 이용해 생산할 수 있으면서 LCD와 eInk의 장점을 고루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컬러 동영상을 보여줄 때는 LCD 모드의 화면이지만, 백라이트를 끄면 흑백의 저전력 화면으로 바뀐다. 저전력 모드에서는 책은 물론 동영상도 볼 수 있으며, 전력 소모량은 LCD모드의 20%에 불과하다. 픽셀치는 이미 동영상 구현에 성공해 올해 안에 10인치 화면의 대량생산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내년에는 전력 소모량을 더욱 낮춰 리더기는 물론이고 넷북의 디스플레이까지 대체하겠다는 야심찬 꿈을 갖고 있다. 픽셀치의 설립자 메리 루 젭슨은 이전에 ‘모든 어린이에게 노트북을(One Laptop Per Child)’ 프로젝트의 기술책임자였다. OLPC 프로젝트로 탄생한 것이 바로 오늘날의 넷북이다. 픽셀치는 무엇보다 기존의 LCD생산설비를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현재의 대형 LCD업체들이 곧바로 픽셀치를 대량생산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자신한다.
차세대 리더기, 꿈의 리더기를 위해 이미 이렇게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돼 있고, 애플은 아이튠스를 통해 전자책 콘텐츠를 유통할 채비도 갖추고 있다. 어떤 기술, 어떤 콘텐츠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저렴한 컬러 비디오 전자책 리더기’라는 꿈의 기기가 우리 손에 쥐어질 날이 머지 않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