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정부는 CIA가 알카에다 고위 관계자들을 심문하기 위해 운영해온 비밀 ‘블랙 사이트’가 있으며, 수도 빌니우스 중심부에 또 다른 CIA 비밀 시설이 있었다고 밝혔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이같은 사실이 최근 미국 ABC방송의 보도로 알려지자 이 곳에서 고문 등 범죄가 자행됐는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ABC방송은 2004년과 2005년 CIA가 발틱 연안 국가에서 테러범을 위한 비밀 교도소를 운영했다고 폭로했다. 리투아니아 의회의 국가 안보 위원회는 첩보 관련 고위 간부들이 범죄 행위에 관련됐는지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빌니우스 중심부의 교도소와 함께, 외곽에도 CIA 게스트하우스가 2002년부터 설치돼 있었다고 밝혔다.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총리는 미국가 ‘소비에트 방식’으로 리투아니아에 이같은 조치를 강요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쿠빌리우스 총리는 두 감옥 중 한 곳은 사용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의회 조사단의 아르비다스 아누사우스카스 위원장은 “아직 두 번째 감옥이 사용됐다는 충분한 증거는 없다”면서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ABC방송에 따르면, CIA는 빌니우스의 특별 승마학교 내부에 이 비밀 교소도를 설립했으며, 이 곳은 한번에 알카에다 테러 용의자 8명까지를 조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존 시프톤 인권조사관은 “이같은 시설 운용은 불법”이라며 “잠 안재우기, 서있기, 불편한 자세로 있기 등 고문이 자행됐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문 이후 CIA 비밀 감옥을 허락했으며, 엘리트라는 이름의 유령회사가 이 시설을 구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그 대가로 리투아니아의 NATO 가입을 지지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CIA는 리투아니아 이외에도 동유럽에서만 폴란드와 루마니아에서 알카에다 용의자들을 비밀리에 조사했다.
전 백악관 대테러 담당관 리처드 클라크는 “새로운 NATO 회원국들은 미국이 원하는 어떤 것이든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