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눈물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눈물의 금메달을 딴 김연아는 피겨스케이팅 두 부문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역사의 스핀을 넣고 서울에서 LA까지 울려 퍼진 갈채를 받으며 우뚝 섰다. 보았는가? 느꼈는가? 퍼시픽 콜리시움을 가득 채운 수백개의 태극기가 일으킨 바람은 퍼시픽림 거리까지 휩쓸었다. 미식축구였다면 김연아는 5번의 터치다운을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야구였다면 5회 콜드게임이었다.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는 올림픽 무대라는 압박감을 이겨내고 마치 나는 듯 회전했고 날개라도 단 듯 뛰어올랐다. 그리고 소녀는 눈물을 터뜨렸다.”
LAT는 일제시대 손기정 사건까지 거론하며 “김연아가 일본 선수를 이긴 것에 한국 팬들은 틀림없이 만족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든 부담, 그 모든 기대. 김연아는 가냘픈 어깨에 짊어졌다. 여왕은 이 모든 것을 이고 존엄하게도 인도했다, 금메달을. 세계신기록을. 그의 피겨스케이팅 연기는 사상 최고로 기억될 것이다. … 다른 선수들은 점프 직전 속도를 줄이는 데 반해 그녀는 풀스피드로 달려가 깃털처럼 사뿐히 내려 앉는다. … 그녀는 조지 거슈윈 피아노협주곡 F장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악보 위의 음표처럼 얼음 위를 가로지른다.”(AP통신)
“연기가 끝난 뒤 김연아는 은반 위에 서서 인형과 꽃다발 세례 속에 눈물을 흘렸다. 150.06이라는 엄청난 점수가 뜨는 순간엔 기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 이번 올림픽은 그녀의 것이었다. 그녀는 마치 반딧불의 바다처럼 명멸하는 관중석 플래시 앞에서 미소 지으며 태극기를 두른 채 밤의 마지막을 수놓았다.”(뉴욕타임스)
“퍼시픽콜리시움에 모인 1만1700명의 관객이 원한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김연아의 광채와 견줄 이는 없었다. 만한 사람이 달리 없었다. 그녀는 단호하게 자신을 위대한 올림픽 챔피언의 명단 제일 위에 올려놓았다. 3명의 메달리스트 중 가장 먼저 연기한 김연아는 다른 이들이 다다르길 꿈꿀수도 없는 기준을 제시했다. 모든 기록을 깨트리며, 발길을 따라가는 모든 이의 심장을 사로잡았다. 6개의 트리플 점프의 착지는 모두 매혹적이었다. 회전은 전혀 힘들어보이지 않았다. 무심한 듯한 스파이럴 시퀀스에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군중이 말을 잃었다. 힘도 주지 않는 것처럼 회전했다. 그녀의 팔은 바람에 날리는 리본처럼 한없이 가볍게 펼쳐졌다. 마지막 롤링킥 스핀을 끝내고 김연아가 두 주먹을 치켜들었을 때 관중은 그 발 끝에 쓰러졌다. 그녀는 관객에게 인사할 때 눈에서 흐르는 기쁨의 눈물에 스스로 놀랐다. 심판들도 똑같은 심정이었는지 150.06이라는 놀라운 점수를 주었다.”(CNN)
“김연아의 포즈, 힘, 우아함, 배짱은 향후 4년간 여성 스케이팅계를 지배할 것이다.”(밴쿠버선)
“티 없는 옥처럼 완전한 연기를 펼쳤다. 한국의 국보급 피겨 천재라는 칭송을 받을 만하다.”(중국 소호)
올림픽 중계를 맡은 미국 NBC방송은 홈페이지 제일 위에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는 김연아 사진을 올리고 “연아 여왕이 통치하도다(Queen Yu-Na reigns)”는 제목을 달았다. NBC 해설진은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연기다. 관객도 빨려들어갔다. 저 나이에 저런 부담을 안고 이렇게 해낼 선수는 김연아 뿐”이라고 감탄을 연발하다 급기야 “여왕폐하 만세”라고 외쳤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비춰주며 “그토록 원했던 금메달을 제자를 통해 받았다”며 축하도 보냈다.
일본도 예외가 아니었다. “남국의 해변에서 콜라를 마시듯 손쉽게 승리했다. 아사다는 그 벽을 넘을 수 없었다.”(교도통신) “범접할 수 없는 프리마돈나. 천재라기보다는 한 가지 점프를 65차례 반복하는 노력형.”(아사히신문)
NHK방송은 김연아의 연기를 중계하며 “스고이(대단하다)” “스바라시이(훌륭하다)”를 연발했다. 연기가 끝나자 “기가 막힌다. 완벽하다. 이런 압박감 속에서 물 흐르듯이 자신의 연기를 해냈다. 집중력이 엄청나다”고 찬탄을 보냈고, 세계신기록인 점수가 발표되자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에 올랐다”며 할 말을 잃었다.
세계 최대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호외까지 찍었지만 제목은 ‘아사다 은(銀)’이었다. 아사다 마오가 막중한 부담감 속에서도 자신의 최고 점수를 기록한 건 장한 일이라며 위안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