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으로 막을 내린지 일주일이 됐다. 13일 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열띤 공방을 펼친 박원순 시장과 나경원 전 한나라당 의원의 분위기는 180도 다르다. 박 시장이 개선장군으로 돌아온 반면 나 전 의원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 시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나꼼수’는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취임 이후에도 그동안 선거 운동의 핵심으로 내세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전히 공을 들이고 있다. 당선이 확정된 지난달 27일 “시민이 권력을 이겼다. 투표가 낡은 시대를 이겼다. 서울 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시작으로 3일까지 하루 평균 7건, 모두 47건의 게시물을 트위터에 올렸다.
네티즌들과 특유의 격의 없는 소통도 계속 되고 있다. “시장님을 형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라는 질문에 “원순 형님, 듣기 좋습니다”라고 재치 있게 답하는가 하면 “사회적 문제와 관련한 학생들의 시위를 어떻게 하실 예정인가요?”라는 다소 무거운 질문에도 “시위는 헌법 상의 권리입니다”라고 전했다.
박 시장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온라인에서 연일 그의 파격적인 행보를 언급하고 있다. 서울시장 첫 출근길에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고 지하철로 시청까지 이동하는 등 소탈한 매력이 자주 거론된다. 서울시 공공요금 인상 연기와 환경미화원 체험,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예산 지원 등도 대체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서울시 대변인에 오세훈 전 시장 비서실장 출신의 류경기 한강사업본부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선 서울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항의가 빗발치는 등 빈축을 샀다.
반면 나 전 의원은 별다른 낙선 사례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자화자찬’ 논란을 일으킬 정도로 서울시장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열성적으로 활용한 트위터는 낙선 확정 직후인 27일 “오늘 오전에 만난 한 아주머니께서 제 두 손을 꼭 붙잡으시고는 ‘열심히 지지했는데 참 마음이 아파요’라고 하시네요. 저를 사랑해 주시고 지지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라는 글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폐가 상태로 전락했다. 홈페이지에도 별다른 게시물이 없다.
나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로 인해 십자포화를 맞았다. 한 네티즌은 지난달 25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나꼼수’가 폭로한 김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을 이유로 직위남용 청원을 올렸고 불과 닷새 만에 무려 1만 여명이 서명했다.
서울시장 선거운동 기간 내내 친박원순, 반나경원 전선을 펼친 ‘나꼼수’는 여전히 화제의 중심이다. 하지만 대다수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던 지난달과 온도차가 있다. 여전히 인터넷에는 ‘나꼼수가 세상을 바꿨다’, ‘언론이 하지 못한 것을 나꼼수가 해냈다’ 등의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지나친 나꼼수 신격화’, ‘너무 정치 편향적’ 등의 반응도 꿈틀거리고 있다.
시사평론가 진중권씨는 ‘나꼼수’ 콘서트에서 ‘눈 찢어진 아이’ 논란이 불거지자, “저열하고 비열한 공격”이라며 “한껏 들떠서 정신줄 놓고 막장까지 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