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슈퍼스타’는커녕 ‘스타’조차 나오지 않을 분위기다. 총 상금 5억원의 주인공이 가려지는 결승전을 앞두고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 Mnet ‘슈퍼스타K 5’(이하 슈스케5)의 현 주소다. 허각(28)과 존박(본명 박성규·25)을 배출해 신드롬을 일으켰던 시즌 2 당시 18%까지 치솟아 지상파를 긴장시켰던 시청률은 15일 마지막회를 앞두고 2%대가 위태로울 정도로 주저앉았다. 역대 시즌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을 뜨겁게 달구던 참가자들의 이름은 보이지 않고 각종 음원 사이트를 휩쓸던 진풍경도 사라졌다. 화제성이 너무 떨어지다 보니 인터넷에선 ‘욕하는 시청자들도 별로 없다’, ‘조기 종영했어야 한다’는 비아냥까지 나돌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공정사회 모델로까지 거론됐던 허각이나 완벽한 무대 매너로 찬사를 받은 울랄라세션 등 화제의 우승자 배출은 이미 물 건너간 셈이다.
◇오디션으로 흥했는데 오디션들 때문에=2009년 처음 등장해 방송가를 강타한 ‘슈스케’는 오디션 프로그램 전성시대를 열어젖혔다. MBC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 스타’ 등 ‘슈스케’를 모델로 삼은 프로그램을 잇따라 쏟아냈다. 시청자들은 흥미진진한 대결 구도에서 오는 긴장감에 몰입됐지만 인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치열한 경쟁 구도의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자 피로도가 쌓인 시청자들은 육아와 여행, 힐링 프로그램으로 눈을 돌렸다.
시청자들은 식상해하는데 ‘슈스케5’는 이전 시즌보다 더 성찬을 준비했다는 것만 강조했다. 하지만 재료와 레시피는 부실했다. 참가자들은 시즌 내내 스타성이 없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선악 구도와 감동 코드,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데 쓰인 ‘악마의 편집’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패기는 훌륭했지만 감각적인 연출이 부족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씨는 “이전 시즌에 비해 참가자들의 스타성이 확실히 떨어졌다”며 “시청자들의 눈은 높아졌는데 연출과 기획은 보이지 않고 전체적으로 너무 무미건조했다”고 평가했다.
야심차게 도입한 ‘블랙위크’와 ‘아일랜드 미션’도 시청률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져 체면을 구겼다. 합격과 탈락을 둘러싼 반전은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심사위원 평가를 가볍게 뒤집는 실시간 문자투표는 실력보다 팬덤으로 합격을 가린다는 날선 비판에 직면했다.
소위 뜨는데 필수적인 입소문도 누리지 못했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이 하루가 멀다하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회자됐던 것과는 달리 ‘슈스케5’는 본방송 때를 제외하곤 무관심에 가까운 냉대를 받았다. 오히려 시즌 4에서 우승한 가수 로이킴의 표절 논란, 시즌 3에서 준우승한 그룹 버스커 버스커의 드러머 브래드의 폭로 등 부정적인 이슈가 더욱 화제를 모아 시청자들의 배신감만 샀다.
◇‘슈스케6’ 재기할 수 있을까=박시환(26)과 박재정(18)의 결승전으로 막을 내리는 ‘슈스케5’의 남은 과제는 수상자들의 안정적인 가요계 데뷔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고민은 내년 ‘슈스케6’의 재기 여부다.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우선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참가자 확보가 관건이다. 시즌 1부터 시즌 5까지 지원한 총 도전자 수는 800만에 이른다. 가수를 꿈꾸거나 방송 출연을 원하는 사람은 한번쯤 지원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참가자들이 재도전할 수는 있어도 스타성 있는 참가자를 더 발굴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참가자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것도 문제다. 아마추어가 프로가 되어가는 과정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연출이 필수적인데 ‘악마의 편집’은 작위적이라는 이유로 호된 비판을 들었다. 보통 사람들이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거부감이 들지 않게 담백하게 그리면서 동시에 화제성을 제공하는 것은 좀처럼 풀기 어려운 고민거리다. 아예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승철과 윤종신 등으로 대표되는 심사위원 대폭 교체는 물론 실시간 문자투표 비율 조정, 20대 남성들이 수상에 강세를 띠는 구조 등 프로그램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CJ E&M 측은 고전을 했지만 얻은 것도 많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일단 ‘슈스케5’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미국 ‘아메리칸 아이돌’도 부침을 겪지 않나. ‘슈스케’를 하나의 브랜드로 여기고 사명감을 다하면 재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슈스케’를 무분별하게 베낀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다보니 시청자들이 오디션과 서바이벌 자체에 질린 측면이 크다”며 “30대 이상도 우승할 수 있고 여성 참가자도 더 많아져야 한다. 시즌이 계속될 때마다 포맷과 장르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