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시절 ‘응답’ 할 수 있어 행복했어요… 90년대 사회상 담지 않아 ‘정권 눈치 보기’ 비판도

그 때 그 시절 ‘응답’ 할 수 있어 행복했어요… 90년대 사회상 담지 않아 ‘정권 눈치 보기’ 비판도

기사승인 2013-12-26 17:05:00

[쿠키 연예] 응답을 넘어 사회 전체가 들썩거렸다. 단순한 ‘성나정(고아정 분) 남편 찾기’를 넘어 397세대(30대·90년대 학번·1970년 이후 출생)는 그들의 찬란했던 20대 시절 추억에 잠겼고 농구대잔치와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이 왠지 모르게 어색했던 현재 10대와 20대들은 ‘X세대’로 불렸던 윗세대에 화답했다. 촌스러운 신촌 하숙집에서 만난 주인공들의 왁자지껄한 90년대 찬가에 안방극장은 울고 웃었다.

◇자기복제·추억팔이 넘어 감성 일깨워=28일 막을 내리는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는 케이블TV 역사를 새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편은 전작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속설은 ‘응사’에게 해당되지 않았다. 그간 볼 수 없었던 ‘금·토 오후 8시40분’ 편성에도 불구하고 케이블TV 드라마 최초로 시청률 10%를 넘겼고 광고는 완판(완전판매)됐다. 지상파를 제치고 올해 콘텐츠 파워 지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본방송 다음날까지 ‘응사’ 관련 게시글들이 그야말로 홍수를 이뤘다. 정우(본명 김정국·32)와 고아라(23), 유연석(본명 안연석·29) 등 딱히 대표작이 없었던 배우들은 순식간에 차기작이 주목받는 스타가 됐다.

‘남편 찾기’라는 기본 골격을 전작에서 그대로 가져온 데서 알 수 있듯이 ‘응사’는 큰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 신원호 PD가 “전작이 그리워서 보는 분들에게 익숙한 코드가 될 정서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전체적인 구도와 캐릭터, 이야기 전개는 자기복제에 가까웠다. 하지만 흔하디흔한 삼각관계는 90년대 가요 및 소품과 어울려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내며 팍팍한 현실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위로가 됐다.

그렇다고 ‘추억팔이’라는 안전한 뇌관만 건드린 건 아니다. 극중 하숙집은 세대 갈등이나 빈부 격차, 권위 의식 등이 없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공간이다. 부모에 대한 주인공들의 각기 다른 추억은 하숙집 부부를 매개로 묘한 가족애를 연출한다. 팔도를 상징하는 사투리 속에서 해묵은 지역감정도 찾아볼 수 없다. 모두 전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설정들이다. 여기에 잦은 클로즈업과 점프 컷으로 요약될 수 있는 독특한 촬영과 편집, 뮤직비디오를 방불케 하는 집요한 선곡은 촌스러움의 미학이라는 찬사를 나오게 했다.

무명 배우들을 기용했지만 완벽한 캐스팅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꽉 짜인 대본은 특정 캐릭터 한두 명에 쏠리지 않게 균형을 맞춘 연출을 만나 빛을 발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씨는 “‘응사’ 성공을 단지 ‘추억팔이’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며 “90년대 추억을 넘어 맥이 끊긴 청춘물의 감성과 분위기, 풋풋한 공기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애만 쫓고 당시 사회상 배제=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많았다. 전작에서 쓰인 ‘남편 찾기’라는 소재를 재탕하다 보니 이야기 전개가 지나치게 단순화됐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당시 사회상을 제대로 담지 않아 일부에서 ‘CJ의 현 정권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나온 것도 뼈아프다. 실제 ‘응사’ 배경인 90년대 중반은 민주노총 창립과 연세대 한총련 사태 등 여전히 운동권과 공권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사회과학 서적들도 유행했다. 최근 대학가로 확산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와 비교하면 ‘응사’ 주인공들은 연애에만 매몰됐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80년대에 비해 약화됐지만 90년대 중반은 대학생들의 사회 참여 의식이 굉장히 높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응사’에는 사회를 고민하는 주인공 자체가 전무하다”면서 “정극 보다 시트콤에 치우친 장르라고 하더라도 당시 시대상을 그리는 노력을 더 기울였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속편으로 쏠린다. CJ E&M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제작진 휴식이 최우선”이라면서도 “시청자들의 기대가 지속된다면 자연스럽게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올 것 같다”라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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