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25일부터 청해진해운과 관계회사들에 돈을 많이 빌려준 산업은행(600억원), 경남은행(500억원), 기업은행(400억원), 우리은행(200억원)에 대해 특별검사를 실시한다고 24일 밝혔다. 신설된 ‘금융 중수부’ 기획검사국이 세월호 참사에 얽힌 금융거래 의혹을 푸는 임무를 맡았다. 주요 금융범죄 수사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에 첫 번째로 주어진 임무다. 불법대출 여부와 대출채권에 대한 리스크 관리 적정성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외국환거래 위반 여부도 조사 중인 금감원은 이들의 자금줄인 세모신용협동조합 등에 대해서도 점검을 검토하고 있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운영하는 ㈜세모는 세모신협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억3500만원을, 청해진해운의 지주사 아이원아이홀딩스는 5000만원을, 다른 관계사인 다판다는 2010년에 5억원을 빌렸다.
또 금감원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모든 여객선사의 부실·편법대출 여부도 긴급 조사하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내부적으로 여객선사와 관련된 여신 파악에 나섰다.
청해진해운 관련 건 외에도 금융권의 사건 사고는 그칠 줄을 모른다. 부당대출, 정보유출, 자금횡령, 구조조정 갈등 등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구조조정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씨티은행 노사는 사상 처음으로 지점 폐쇄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인다. 씨티은행 노조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은행지점 폐쇄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심문이 25일 진행된다. 다음달 9일로 예정된 5개 지점의 폐쇄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이다. 국내 190개 지점 중 30%에 달하는 56개 지점을 줄이기로 결정한 씨티은행은 다음달 9일부터 매주 5∼10개씩 점포를 폐쇄할 방침이다. 인력도 최대 650명 정도를 내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씨티은행이 내부적으로 작성한 영업점 평가 자료도 ‘살생부’로 받아들여져 노조가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구조조정이 한국을 떠나려는 준비 작업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자 스티븐 버드 씨티그룹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내부 서신을 통해 “한국 내 어떤 핵심 사업에서도 철수할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지점 폐쇄를 둘러싼 법정 싸움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43) 변호사가 노조측 변호인을 맡았다. 곽 변호사는 “올해 초 노조와 법률자문 계약을 맺어 변론을 맡게 됐다”며 “처음 있는 사례여서 변수가 많아 반드시 이긴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최근 내부 감사에서 직원들의 시재금(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유용·횡령 등 1억5000만원 규모의 비리를 적발해 금감원에 보고했다. 지점 직원 2명은 각각 시재금 320만원과 10만원을 횡령했고, 한 직원은 2000만원을 다른 곳에 보냈다가 걸렸다. 또 다른 직원은 아직 입금이 안 됐는데 들어온 것처럼 꾸미는 무자원 선입금 거래를 1억2600만원 규모로 한 것이 적발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소액의 시재금 횡령·유용은 은행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라면서 “일벌백계 차원에서 연루 직원 모두를 면직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이경원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