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자동차노조 30년 만에 파업…시민들 ‘발동동’

경남자동차노조 30년 만에 파업…시민들 ‘발동동’

일부 시외버스 운행 중단, 경남도 전세버스 긴급 투입

기사승인 2017-11-03 12:09:17

부산 사상 가는 버스표 2장 주세요.” “지금 버스노조 파업 중이라 사상 가는 시외버스는 이용할 수 없습니다.”

3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마산시외버스터미널.

외국인 남녀 2명이 부산 사상 시외버스표 2장을 끊으려고 했지만 안내원은 파업 때문에 표를 구할 수 없다고 알려줬다.

무슨 상황인지 영문을 이해하기 힘든 이들은 고개만 갸우뚱거렸다.

또 다른 20대 남성도 부산 사상에 가려고 표를 달라고 했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안내원의 대답은 같았다.

결국 이 남성은 부산 동래터미널로 가는 표를 끊었다.

옆 창구에서도 한 여성이 의령으로 가기 위해 표를 끊으려고 했지만 이곳도 현재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조연맹 경상남도지역자동차노조(경남자동차노조위원장 이덕우)가 파업에 나서면서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굴리는 장면이 잇따라 연출됐다.

이날 오전 10시 마산시외버스터미널 앞 도로에서 경남자동차노조 소속 조합원 200여 명이 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1987년 파업 이후 30년 만의 파업이라고 했다.

이번 파업에는 총 조합원 4700여 명 가운데 시외버스 16개사, 시내버스 6개사, 농어촌버스 3개사 2300여 명이 참여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도내 운행 시외버스는 1339대 중 671대가, 시내농어촌버스는 1693대 중 277대가 멈춰 섰다.

부산 사상을 포함해 대구, 의령, 합천, 남해, 김해 장유, 밀양, 거창, 남해 등 일부 노선의 운행이 완전 중지됐다.

특히 부산 사상은 창원과 부산을 오가며 출퇴근 이용객이 많은 곳이어서 이날 시외버스 파업 소식을 듣지 못한 출근길 오전 이용객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경남자동차노조와 사측은 지난 7월 말부터 6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4개 안을 두고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 달 만근 일수 단축과 임금인상이 핵심 쟁점으로, 노조는 한 달 만근 일수를 21일에서 20일로 단축 임금 7%(145470)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2.5% 임금인상, 근무일수 단축에는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지난 1일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중재 신청했다. 16일 지노위 결정이 나올 예정이다.

경남도는 노조와 사측을 상대로 밤사이 설득에 나섰지만 별 성과는 없었다.

도는 12개 시군을 중심으로 전세버스 70여 대를 긴급 투입하고 다른 지역을 운행하는 노선에 횟수를 늘려달라고 했다.

이덕우 경남자동차노조위원장은 최소한 생활이 가능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생활임금 확보와 근로일수 단축이 돼야 한다방만한 경영으로 재정부실의 책임을 버스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는 사용자와 지자체들에게 이번 파업을 통해 우리가 운전하는 기계가 아닌 인간 대접을 받아야 하는 운수노동자임을 알려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2시 노조와 사측, 경남도 관계자들이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에서 모여 강요원 창원지청장의 중재 아래 이번 파업과 관련해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회의 내용에 따라 파업 진행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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