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개정안 발의 일정을 공개했다. 다만, 개헌을 두고 여야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어 개헌안 도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19일 춘추관에서 기자브리핑을 열고 “문 대통령은 헌법개정안을 오는 26일 발의할 수 있게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기간을 준수하되 국회가 개헌에 합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인 18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21일 예정된 개헌 발의를 26일로 미뤄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국회는 대통령 개헌안 발표까지 일주일의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개헌을 둘러싸고 여야 간 입장이 달라 실제 국회 개헌안 발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당인 민주당은 지난 13일 자유한국당(한국당), 바른미래당과 개헌안을 두고 논의했다. 그러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개헌 논의 전제조건으로 3월 한국지엠(GM) 국정조사 개최를 내세웠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한국당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에 따르면 한국GM 국정조사는 국익·지역경제에 도움보다 GM 본사에 한국철수 명분을 주거나 우리 정부 협상 전략을 공개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또 박 부대표는 “한국당이 한국GM 국정조사를 핑계로 3월 임시국회를 열 경우 국회를 정치공세와 정쟁용 국회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헌 내용 가운데 정부 형태를 두고 여야 간 견해차가 크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각각 4년 연임제와 4년 중임제를 제안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부 형태와 관련해 결론을 도출하지 않았지만, 정부·여당의 제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총리 추천제’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한국당을 비롯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국회의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국회가 추천하는 ‘책임 총리제’를 제안했다. 민주당은 총리 추천 방식을 두고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지만, 청와대는 ‘삼권분립 위반’을 근거로 반대했다.
개헌 시기 역시 정당 간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오는 6월13일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안 국민투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오는 9~10월 중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며 자체 로드맵을 마련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은 6월 개헌 국민투표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한국당이 개헌 의지를 드러낼 경우 시기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헌정특위위원장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개헌에 대한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는다. 다만, 여야가 개헌안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개헌안 일정 발표는 상황을 더 어렵게 한다”며 “청와대·여당은 야당과 ‘끝장’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