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측 성실교섭 촉구’ 현수막, 사측이 전부 철거
노조,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등 37명 고소

옛 한화테크윈이 5개 회사로 분사된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지상방산이 임금‧단체 교섭을 두고 노사가 갈등을 겪고 있다.

노조가 각 공장 내에 사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으나, 사측이 이를 모두 철거하자 회사 대표 등을 고소하면서 갈등이 본격화 되고 있다.

11일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에 따르면 노사 양측은 지난해 임금‧단체 협상, 올해 임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 2월 상견례 이후 최근까지 50여 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조합원 교육시간 ▲노조활동보장 ▲하위고과 강제배분 철폐 등 34개 중점요구안을 포함, 120여 개 단체 협상안을 두고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테크윈지회 관계자는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노조 요구안에 사측은 동문서답 수준의 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공교롭게 2개 회사가 방위산업체인데, 방위산업체는 노동3권중 단체행동권(쟁의행위)에 제약이 있다. 사측에서 이를 남용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 안에 사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 30여 개를 내걸었다.

그러자 사측은 노조가 내걸은 현수막이 ‘무단 설치물’이라며 자진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노조에 보냈다.

사측은 이 공문에서 “회사 승인 없는 전 조합원 임시총회를 열면서 회사 시설 내 무단으로 투쟁구호가 적힌 현수막 수십 개를 설치해 시설관리권을 명백히 침해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현수막 설치 행위는 단체협약상 홍보활동 보장에 있어 회사와 협의된 게시 장소에 설치하지 않은 협약 위반행위”라며 “내용 또한 노사간 교섭에 있어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조합 입장만 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당한 조합 활동은 방해할 의사가 없지만 시설관리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에 입각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지난 7일 오후 사측 관계자들이 나서 노조가 내걸은 현수막을 모두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기도 했다.

현수막 철거 상황은 한화지상방산 창원공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삼성테크윈지회는 지난 10일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 등 37명을 경찰에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노조는 고소장에서 “조합원들의 의사와 요구를 알리고자 사원들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생산 활동에 지장이 없는 곳에 선전 현수막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그런데 사측 관계자들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2017년과 2018년 교섭 체결 지연에 대한 조합원들의 성토를 표시하기 위해 설치한 선전 현수막을 훔치고 손괴하고 차량에 은닉했다”고 했다.

노조는 한화지상방산 공장 내 현수막 철거의 경우 누가 철거했는지 특정할 수 없어 별도 피고소인을 특정하지 않고 경찰에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달라고 했다.

옛 한화테크윈은 기업노조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등 복수노조 체제로 기업노조가 대표노조였다.

회사가 5개로 나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지상방산은 현재 금속노조가 대표노조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