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세상의 영향력이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대다. 아무리 멀리 떨어진 가족이나 친구도 모바일 메신저면 언제든 소통이 가능하게 됐다. 관심이 생기거나 궁금한 사람이 있으면 SNS에 들어가면 최근 근황을 빠르게 엿볼 수 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익명의 네티즌이 가족보다 나를 더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일은 줄어들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직종에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개성을 살려 성공 신화를 써내고, 누군가는 오랜 기간 같은 직장에 근무하며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다. 다음 두 권의 책은 인터뷰와 시, 수필 등의 장르로 주변에서 만나기 힘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감성을 담아냈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그동안 놓치고 있던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하마터면 남들처럼 살 뻔했다’
가구 디자이너가 된 문제아 운동소년부터 이상한 빵을 만들던 파티시에, 골칫덩어리 고물을 쓸모 있는 보물로 만든 중고나라의 대통령까지.
‘하마터면 남들처럼 살 뻔했다’는 열악한 조건에도 각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그렇다고 성공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잘난 척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명문대 졸업장도 없고, 화려한 스펙도 없지만 기존의 상식과 원칙을 뒤엎고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졌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선일보 주말 섹션 팀에서 2년 반 동안 근무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은 100여명을 만나 인터뷰한 저자 송혜진의 기사를 다시 엮은 책이다. 단순한 성공담을 넘어 성공에 이르게 된 각자의 방식을 강조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 ‘우체국 사람들 어머, 공무원이었어요?’
작고 소박하지만 귀여운 느낌의 표지를 열면 20~40년 간 우체국에서 근무한 저자들의 사진이 따뜻하게 독자들을 맞이한다. 실제로 우체국에서 장시간 근무했고 근무 중인 저자 13명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옛날 기억을 더듬어 쓴 것 같은 솔직한 수필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감성적인 시가 등장하기도 한다. 모두 우체국에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을 빼면 저자 각자의 개성이 살아 숨 쉰다.
우리 주변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우체국 사람들이 각자의 이름을 걸고 쓴 짧은 글들을 모은 책이다. 예측 못할 소소한 이야기를 읽어 나가는 재미가 있다. 손 편지를 써본 적 없거나 우체국이 낯선 젊은 세대가 읽어도 재미있을 이야기가 아닐까.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