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헬라스 베로나)가 8강전에서도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을까.
이승우는 22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후반 44분 황인범과 교체 투입됐다.
이날 경기는 이승우의 아시안컵 데뷔전이었다. 출전 기회를 얻기 전까지 이승우는 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회 직전 나상호를 대신해 벤투호에 극적으로 승선한 그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결장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전 후반 교체 투입이 무산되자 물병을 걷어차고 수건을 던지는 등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안정을 추구하는 벤투 감독의 성향 상 이승우 투입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벤투 감독은 패배하면 탈락하는 토너먼트에서 경기 향방을 바꿀 수 있는 선수로 이승우를 택했다.
벤투 감독은 “이승우가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라 판단했다”며 “이승우는 왼쪽 측면에서 볼을 몰고 상대 진영으로 들어갈 수 있고 역습에도 좋은 선수다. 그의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고 손흥민도 지쳐있었다. 수비적으로도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선수라고 판단했다”고 이승우 투입 이유를 설명했다.
이승우는 벤투 감독의 의도대로 특유의 공격성과 과감함으로 바레인 진영을 흔들었다. 후반 추가시간과 연장 전‧후반을 통틀어 34분을 소화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수차례 슈팅을 시도해 분위기를 환기시켰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2-1 승리에 기여했다.
이승우가 이번 활약으로 벤투 감독의 시각을 변화시켰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벤투 감독은 그간 같은 포지션의 경쟁자들에 비해 이승우의 기량이 확연히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승우가 가진 장점보다는 단점에 포커스를 맞췄다.
실제로 이승우는 연령별 대표팀에서 그 누구보다 빛나지만, 성인 대표팀 내에서는 특별한 선수가 아니다. 소속팀에서도 아직까진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승우가 가진 투지와 적극성, 승부욕은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부족한 기량에도 불구하고 많은 축구팬들이 이승우에게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풀타임 소화는 힘들더라도 분위기 전환을 꾀하기엔 이승우 만한 카드를 대표팀 내에서 찾기 힘들다. 벤투 감독 역시 바레인전을 통해 이를 파악했으리라 짐작된다.
따라서 25일 열릴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도 상황에 따라 이승우의 교체 투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공수가 탄탄한 ‘복병’ 카타르는 한국의 결승 진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팀으로 여겨진다. 개인 기량이 뛰어난 이승우는 견고한 밀집 수비를 자랑하는 카타르에게 부담감을 안길 수 있는 선수다. 벤투 감독의 ‘콜’이 내려질 시점은 언제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