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어김없이 마지막 한 달을 남긴다. 해마다 12월이면 구조조정이니 명예퇴직이니 하는 물살에 떠밀려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평생을 헌신했던 직장에서 나오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아직도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은 창업률을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하반기 전국 8대 업종의 폐업률은 2.5%로, 창업률 2.1%를 앞질렀다. 새로 생겨나는 업소보다 사라지는 업소가 많았다는 의미다. 특히 요식업종은 폐업률 3.1%, 창업률 2.8%로 8개 업종 중 창‧폐업이 가장 빈번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요식업 창업에 많은 사람이 시작하지만 정착하는 업소보다 문을 닫는 업소가 더 많다는 의미다.
폐업은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누구도 맞이하고 싶지 않은 결말이다. 사업을 처음 열었을 때의 꿈과 희망, 목표를 접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연 가게를 닫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그렇기에 폐업은 사업주 개인에게 있어서 매우 가슴 아픈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알아야 하는 점은 자영업에 있어서 폐업은 개인 차원에서는 비극이나 시장 전체로 보자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는 점이다.
시장의 크기는 무한하지 않으며 어느 시장이든 한정적이다. 인기 있거나 트렌드 중심인 경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면 자영업이 영위하는 시장들은 대부분 그 성장률이 제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정된 시장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공급자는 전부 같은 자본과 기술과 경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면 이러한 상황에서는 각 공급자는 시장을 모두 동일하게 나눠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공급자의 수가 증가하는 경우, 공급자가 나눠 갖게 되는 시장의 파이는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공급자가 증가할수록 심해져 공급자가 늘어날수록 개개의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을 맞이한다.
더욱이 현실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자본이 다르고, 기술의 수준이 다르며 경영 능력 또한 상이하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각각의 공급자들은 그들의 자본, 기술, 경영 능력 등등으로 인해 경쟁력의 차이가 생긴다.
경쟁력이 높은 공급자에게 더 많은 파이가 돌아가며 경쟁력이 낮은 공급자일수록 더 적은 파이를 얻게 된다. 그리고 적은 파이만 얻는 경쟁력 낮은 공급자들은 그 적은 파이로 운영이 불가능하거나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서게 되는 경우 폐업을 하게 된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시장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이것을 시장의 자원 재분배 기능이라고 한다.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효율적인 운영을 하는 공급자가 그렇지 못한 사업자들은 선택을 받지 못해 더 효율적인 자원 활용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오늘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 경쟁력과 시장의 역동성으로 인해 폐업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현상 중 하나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보다 기업이 발달한 미국조차 소기업들의 5년 내 폐업률이 50%나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창업 과정에서 폐업은 매우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현상 중 하나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개인에게는 여전히 비극일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시장 전체로 보자면 폐업은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이 자영업 시장에서의 폐업이 가지는 특성이다. 폐업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힘을 내기 바란다.